<김주언 칼럼> 라임사태로 전재산 날린 피해자들의 하소연

<김주언 칼럼> 라임사태로 전재산 날린 피해자들의 하소연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6.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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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장은 당장 피해자들 돈 돌려주고 사과하라!”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서 처벌받을 사람은 받고 돈 받을 사람에게 돈 줘라” “금감원 검찰 조사중인 6~7월에도 판매를 강행한 돌려막기용 사기인데 은행도 몰랐다고 발뺌” “신한만 믿고 꾸준히 거래한 고객만 호구인거죠, 고객이 은행직원들 승진을 위한 도구인가요?” “노후자금 신한에서 빼앗겠어요” “신한은 속았다면서 왜 가만히 있느냐?” 본지가 세차례에 걸쳐 보도한 ‘라임사태’의 신한은행 책임론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투자자들은 신한은행에서 라임자산운용 CI(Credit Insured)펀드를 구입했다가 모두 6000억 원대 피해를 봤다. 이들은 신한은행이 라임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과 2017년 5~9월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무역금융펀드 2개에 1억9000만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했다가 폰지사기를 당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8년 11월 이들 펀드의 청산을 통보받았다. 그런데도 신한은행은 5개월 뒤 판매해 돌려막기를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신한은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고 지난해 3~4월경 라임CI펀드 1~13호 약 2700억 원 어치를 판매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됐다. 판매담당자들은 승진에 눈이 멀어 고객의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PB(프라이빗 뱅커)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원금이 보장된다. 라임자산운용이 망해도 손실이 없다. 정기예금수준(수익률 4%)정도로 생각하셔도 된다”며 피해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라임사태는 지난해 7월 보도가 시작됐고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구했다. PB들은 “걱정할 필요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돼 투자자들의 손실이 현실화했다. PB들은 “라임자산운용이 사기를 행했으며, 은행도 사기를 당했다”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센터장이나 PB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하며 수수방관했다. 한 투자자는 “신한금융그룹은 라임자산운용 문제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숨겼다. 문제를 인지했던 시점에라도 상품판매를 중지하고 환매를 요청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은 “우리도 라임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단순 피해자만은 아니었다. 케이만제도 법원에 제출된 영문청원서에는 신한은행이 공동관리자 이사 투자고문으로 적시돼 있다. “7000만 달러의 주식을 대표하며 IIG에 투자한 펀드의 순자산가치도(2018년 4월) 모르면서 고객에게 펀드를 계속 판매하고, IIG와 미국 SEC로부터 2018년 11월14일 청산통보를 받은 상태이며, 2019년 1월 모든 투자자산이 손실처리 및 디폴트된 상태”라는 것이다.
라임사태의 근본문제는 손실처리 통보를 받고 심각성을 인지한 후에도 신한은행이 고객에게 2700억 원을 투자받아 라임에 넘겨줬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후에 합당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 투자금의 1%를 선취 수수료를 챙겼으면서도 고객자산의 운용상 문제 등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환매중단으로 피해가 현실화한 뒤 판매담당자들은 ‘불량상품’을 판매만 했을 뿐이라며 태도가 돌변했다. 누가 불량상품을 가져와 판매를 지시했느냐는 피해자들의 반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신한금융투자의 환매요청을 막았다는 데 있다. 라임의  투자손실이 발생하고 자금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해 해결능력이 없었는데도 이종필 전부사장과 결탁해 경영인 이씨가 금융브로커에게 환매요청을 막아달라는 로비를 부탁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환매사태가 발생하면 자신의 상장기업들까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브로커 윤씨는 호형호제하는 정치권 실세로 하여금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로비해 펀드환매요청을 막았다. 윤씨는 이씨로부터 7억 원을 받아 실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투자 후임임원 인사에 대한 로비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브로커 윤씨의 불법적 로비행위는 정권실세들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로비를 통해 금융 범죄자들이 대형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며 “다수의 피해자들을 발생시킨 지능적이고 악질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윤씨는 이종필 전 부사장 등과 어울리며 유동성 위기에 몰린 라임자산운용에 우리은행으로부터 30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라임이 투자를 받게 해준 것이다.
결국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지난 4월 잠적했던 이종필 전 라임자산 부사장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했다. 이와 함께 신한금투 PBS본부장 임모씨를 구속해 정관계 로비의혹 등 관련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들과 금융정의연대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를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피해고객연대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금을 운용중인 타펀드 수익률 방어에 활용했다”며 “신한금융투자는 수수료와 수익을 향유하면서 펀드손실이 발생하자 투자자들에 앞서 증거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3월30일 설립한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이다. 사모펀드는 사적신뢰를 바탕으로 49인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상대적으로 금융감독기관의 감시가 느슨하다. 펀드운용에도 제한이 적다. 라임은 자기자본 338억원으로 시작해 한때 설정액이 5조9000억원에 달할 만큼 최대의 사모펀드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의도적 수익률 부풀리기와 투자금 돌려막기 등 편법과 불법이 저질러졌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폰지사기 수법까지 동원했다.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신한금융투자는 피해고객의 원금을 최고 70%까지 보상하기로 했다. 신한금투가 판매한 자발적 보상상품은 라임국내펀드와 무역금융펀드 등이다. 라임국내펀드와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의 경우 원금의 30%(법인전문 투자자 20%)를 보상하고, 무역금융펀드 폐쇄형은 원금의 70%(법인전문 투자자50%)를 보상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징계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다수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돼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사기 등에 연루된 점을 고려하면 면허취소나 영업정지 등의 징계도 가능하다. 다만 잔여펀드의 관리방안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펀드이관과 병행해 제재를 진행할 방침이다. 라임펀드자산에 대한 가교 운용사로의 이관은 8월말 진행을 목표로 추진된다.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제재안을 준비 중이다.
천문학적 자금을 유치한 금융기관은 두둑한 수수료를 챙겼지만, 환매정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판매상품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고 사태발생 후 피해대책에 안일하고 무책임했다는 비난은 은행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적시에 감독기능을 작동시키지 못하고 파문확산 후에도 능동대처를 못했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평생 모은 전재산을 날린 사람, 퇴직금을 몽땅 날려 정신적 공황에 빠지거나 가정불화와 화병으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하소연이 하늘을 찌른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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