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넌 도대체 누구냐?

알파고, 넌 도대체 누구냐?

  • 기자명 김경동 기자
  • 입력 2017.01.06 09:06
  • 수정 2017.08.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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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커제, 박정환 등 상대로 60전 60승

온라인바둑 사이트가 발칵 뒤집혔다.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은 물론이고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까지 침몰시킨 최강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세돌 9단과 맞대결을 펼쳤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다. 알파고는 당초 신분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상에서 커제, 박정환은 물론 이미 한국의 한국랭킹 4위 안성준 7단, 7위 김지석 9단, 중국랭킹 2위 퉈쟈시 9단, 5위 저우루이양 9단, 6위 천야오예, 7위 롄샤오, 13위 판팅위, 일본랭킹 1위 이야마유타 등 세계정상급 기사들을 꺾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알파고는 최근 4일까지 각종 온라인에서 60전 전승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맞대결 때보다 훨씬 강력해진 모습을 보였다. 알파고는 지난해 12월 29~31일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매지스터(Magister)’라는 아이디로 커제, 박정환 등의 세계 최고수들을 물리치고 30연승을 거두었다. 이후 한큐바둑에서는 ‘마스터(Master)’라는 아이디로 대국을 벌였으며, 구글 딥마인드는 최초 승리자에게 10만위안(한화 약 170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현상금까지 걸었다. 하지만 결국 60대국을 두는 동안 승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이들이 ‘매지스터(Magister)’와 ‘마스터(Master)’는 ‘알파고’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가운데 60연승을 기록한 시점에서 주최측은 알파고의 실체를 고백했다. 구글측은 훨씬 강력해진 알파고의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비공개로 온라인에서 세계 최고수들과 대국을 펼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60판의 대국 중 알파고는 초반부터 우세를 이어나가 역전승을 한 대국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말 그대로 바둑의 신인 입신의 경지를 훨씬 넘어섰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의 행마는 기존 행마의 상식을 깨뜨리며 세계정상급 기사들을 흔들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커제와 박정환과의 대결이다. ‘2016바둑대상’을 수상한 박정환은 당시 수상소감에서 알파고와의 대국을 벌인다면 자신있는가’라는 질문에 “제 별명이 ‘인간알파고’인데 알파고보다 더 기계적으로 두어 기계를 다운시켜버리겠다.”라고 소감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5판을 두어 1승도 거두지 못했으며, 세계최강 커제도 3판을 두어 전패를 당했다.

4일 저녁, Master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중국의 구리와 마지막 대국을 벌였다. 몸이 불편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커제도 자신의 SNS를 통해 구리를 응원함과 동시에 자신에게는 마지막 비밀무기가 있는데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혀 많은 궁금증을 낳았다. 구리는 대국 후 “60번째 희생양이 됐다. 최근 대국을 통해 바둑의 신비함을 깊이 깨달았다. 마치 master가 바둑의 신비한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 알파고의 신분을 밝힌 상황에서 더 이상의 예정된 대국은 없다. 바둑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는 올해 초 열릴 예정인 커제와의 공식 대결에 앞서 ‘알파고’의 실력을 최종 점검한 것이 아닌가라며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알파고는 얼마나 강해진 것일까? 도대체 인간과의 치수는 얼마나 되는 걸까? 프로바둑기사가 60판을 두어 100%의 승리를 거둔다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16바둑대상에서 승률상을 수상한 신진서 6단은 2016년 52승 16패로 승률 76.47%를 기록하며 승률상을 수상했다. 매년 일반적으로 승률상 수상자가 70%~80%의 승률을 기록했던 것을 보면 80% 승률을 넘기는 것 조차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알파고에게 프로가 2점을 놓아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프로바둑기사라면 누구와 바둑을 두더라도 2점을 먼저 깔고 두는 기사는 없다. 아무리 강한 자와 바둑을 두어도 흑백 돌가림을 한 뒤 호선으로 두게 된다. 하지만 알파고의 급습 앞에서는 이제 그렇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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