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상의 세 가지 영역

스포츠 명상의 세 가지 영역

  • 기자명 김응철 교수
  • 입력 2024.03.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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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들 사이에 유감스러운 일을 벌어져서 많은 국민들의 걱정과 분노를 유발시킨 적이 있었다. 일의 선후나 잘잘못을 떠나서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을 절제하여 분노나 격정을 순화시키고 운동에 집중하는 자질과 태도를 지녀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젊은 혈기를 지닌 청년들이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의 선호나 인기 여부를 떠나 어떤 운동선수든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취한 결과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환호와 갈채를 보낸다. 프로 스포츠 경기가 등장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는 선수들 중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려면 피나는 훈련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선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활동 과정이나 은퇴 후에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로 활동하는 중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은퇴 후에 지도자, 혹은 다른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례들도 많다. 반면에 선수로 활동 중에는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받았으나 은퇴 후의 삶이 녹녹치 않은 사람들도 많다. 누구나 운동도 잘하고 은퇴 후의 삶도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운동선수들 중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이나 명상을 배우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다. 2000년대에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활동한 바 있는 베리 지토나 박찬호 선수 등을 비롯하여 일부 선수들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명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찬호 선수는 자신이 만든 명상법을 소개하면서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컬링, 사격, 양궁 등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의 운동선수들이 명상을 통해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사례들도 많다.

운동선수들이 할 수 있는 명상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의 일상적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행동관찰명상이다. 자신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윤리적 삶, 도덕적 활동에 필요한 정신적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사과하고 반성할 줄 안다. 때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은 적절한 인간관계 훈련이 부족하거나 결핍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 때문이다. 관찰의 대상은 자신의 몸, 그리고 접촉함으로써 나타나는 느낌, 다양한 마음작용 등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된다.

둘째, 운동선수들이 해야 하는 명상은 우울, 분노, 불안, 교만, 의심 등 갖가지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명상법이다. 선수들은 운동과정에서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스스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기 치유를 위한 명상법이 필요하다. 치유명상을 통해 운동선수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도 빨리 원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게 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형성할 수 있다. 박찬호 선수가 만든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명상은 자기 치유명상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자기 치유는 호르몬의 균형, 마음의 근육 강화, 관계에 대한 재인식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면서 얻어지는 자연적 효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운동에만 몰입한 선수들은 육체적 아픔이나 정신적 고통을 더 심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운동선수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어 주고,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돌보는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실력과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지혜명상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명상은 조용히 관조하거나 내려놓거나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하는 등과 같은 선정을 닦는 것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 속에서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특히 선수들의 능력을 발굴하여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는 지도자들이라면 지혜를 성취하는 명상법을 체득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지혜명상은 관찰, 분석, 판단, 실천 등의 방법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는 명상의 한 유형으로 통찰지를 추구한다. 통찰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원인과 결과를 꿰뚫어 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지혜롭게 아는 것이다.

관찰명상, 치유명상, 지혜명상 등과 같은 세 가지 명상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통적으로 해야 하는 훈련이 있는데 그것은 호흡관찰법이다. 호흡관찰은 자신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숨을 길게 내쉬고 깊이 들이쉬거나 멈추거나 하는 방법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흡관찰은 들숨과 날숨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호흡관찰을 지속하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고, 평정과 안락을 얻을 수 있다. 호흡관찰은 이 세상의 유일한 수행법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명상이다. 자신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어떤 명상이든지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은 장점이 많은 마음훈련이지만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만병통치약도 결코 아니다. 근기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명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험이 많고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자의 가르침이 있다면 명상보다 더 좋은 정신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찾기 어렵다. 때문에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지도하고 이끌어 줄 유능한 스포츠명상 지도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는 운동선수들이 하는 명상에서 더 나아가 운동을 활용한 명상으로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운동에 전념한 선수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으로 존경받고, 스포츠 명상 지도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고 있다.

김응철(중앙승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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