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행’ 고우석…절망은 이르지만, 낙관도 ‘금물’

‘마이너행’ 고우석…절망은 이르지만, 낙관도 ‘금물’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3.21 10:55
  • 수정 2024.03.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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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한국과 미국 야구의 새 역사가 쓰인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개막전 당일, 축제를 즐길 수 없는 선수가 있었다. 이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 구단’ 소속 선수가 된 고우석 이야기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서울 시리즈 개막전이 열린 20일(이하 한국시각), 경기 수 시간을 앞두고 “고우석을 트리플A 엘패소 치와와스로 옵션(강등 조치)한다”라고 통보했다.

뒤이어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의 보도에 따르면,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고우석을 타고투저가 심한 트리플A 대신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로 보낼 것임을 밝히며 고우석은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 건너온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31명. MLB 로스터는 26명 제한이고, 서울 시리즈에 한해 운용되는 ‘예비 명단’도 3명이므로 2명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그 2명 가운데 한 명으로 고우석이 지목된 것이다.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한화 약 125억 원)에 계약하며 미국 무대를 노크한 고우석은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5경기 4⅓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12.46으로 부진했다. 지난 11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에서 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여기에 18일 열린 친정팀 LG 트윈스와의 평가전에서는 5-2로 앞선 9회 말 등판했으나 이재원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고, 이에 MLB 로스터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G 트윈스의 평가전.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9회 말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친정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G 트윈스의 평가전.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9회 말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친정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예상대로 마이너행 통보를 받으면서, 고우석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마이너 리거 신분으로 미국 무대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비록 아쉽게 빅 리그에 곧바로 데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아직 절망은 이르다. 고우석의 보직이나 입지를 고려하면 승격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MLB는 한국의 1-2군 시스템과 다르게 메이저 구단이 독립된 마이너 구단과 계약을 맺어 선수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채용한다. 이 때문에 MLB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를 마이너 리그로 내려보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절차가 수반된다.

이번 고우석처럼 선수를 최대 3년 동안 자유롭게 마이너로 강등시킬 수 있는 ‘마이너 옵션’을 실행하거나, 일종의 보호 명단 겸 확장 로스터에 해당하는 ‘40인 로스터’에서 선수를 제외하고 웨이버 공시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비교적 로스터 변동이 제한된다.

그러나 불펜 투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부상 등으로 로스터에서 잠시 이탈하는 일이 비교적 잦고, 경력이 짧아 마이너 옵션이 남아있거나 연봉이 낮아 부담 없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이러다 보니 한 시즌에도 메이저와 마이너를 수차례 오가는 선수도 흔하고, 40인 로스터 자체의 변동도 크다. 마이너에서 승격을 노려야 하는 고우석에게는 이러한 유동성은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로베르트 수아레스. (사진=MLB.com 캡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로베르트 수아레스. (사진=MLB.com 캡처)

현재 샌디에이고 로스터에 등록된 불펜진 가운데 고우석의 연봉(175만 달러)보다 큰돈을 받는 선수는 3명(로베르트 수아레스, 완디 페랄타, 마츠이 유키) 뿐이며, 이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는 마이너 옵션이 남은 상태다. 고우석이 들어갈 틈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셈.

물론 그렇다고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 비교적 공백이 자주 생기는 불펜진이라 해도, 언제 틈이 생길지는 알 수 없는 만큼 마이너에서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고우석은 불리한 입지에 놓여 있다.

더구나 빈틈이 생기더라도 고우석 본인이 마이너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한다면 승격의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2년 차 시즌에 한 번도 빅 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박병호(kt 위즈)나 마이너 무대만 경험하고 돌아온 윤석민(은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록 마이너에서 도전을 시작하게 됐지만,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는 남아있다. 그러나 낙관할 상황도 아닌 만큼, 미국 무대 적응과 발전을 위한 고우석의 노력이 앞으로의 행보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중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중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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