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수들 뒤에 숨은 대한축구협회

[기자수첩] 선수들 뒤에 숨은 대한축구협회

  • 기자명 설재혁 기자
  • 입력 2024.03.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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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각종 논란에 제대로 봉합되지도 않고 사건은 계속해서 터졌다. 이에 더해 대한축구협회의 미숙한 대응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가장 먼저 지난달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0-2 패배 전날 탁구를 치려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말리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한 ‘탁구게이트’가 터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오른 손가락 중지는 탈구됐고, 대표팀 선수들과 팬들까지도 상심이 컸다.

‘탁구게이트’는 영국 매체 ‘더선’이 보도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더선’의 보도 이후 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표팀의 불화를 인정하는 행보를 보였다. 협회는 불화를 인정 한 이후 ‘탁구게이트’ 사건에 대해 조사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입장문을 내놓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축구협회의 행보였다. 협회의 입장을 확실히해 사건을 적적한 조치를 했어야 했지만 대표팀의 불화에 장작을 넣은 꼴이 됐다. 결국 ‘탁구게이트’는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고, 손흥민은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선수들의 노력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13일에는 아시안컵 준비 기간 아랍에미리트(UAE) 훈련 캠프에서 선수들이 대한축구협회 직원과 카지노 칩까지 써가며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카드게이트’까지 터졌다.

축구협회는 소집 기간이 긴 대회에 참가할 때 선수들이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휴게실을 설치해 운영해왔다. 선수들의 생활을 관리해야 할 축구협회 직원이 선수 휴게실에 들어가 함께 카드놀이를 한 것 문제였다. ‘카드게이트’가 보도가 된 날 협회는 바로 의견문을 냈지만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또다시 축구 선수들에게 쏠리며 이번에도 협회는 선수들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였다. 지난 14일에는 ‘아시안컵 유니폼 뒷거래’ 의혹까지 터졌다.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지원 업무를 맡은 직원이 붉은색 홈 유니폼을 빼돌려 수량이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이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다.

선수 관련에 관한 문제에는 곧바로 입장문을 냈던 협회였지만 ‘아시안컵 유니폼 뒷거래’ 의혹에는 별다른 입장문 없이 침묵했다. 시간이 흐른 뒤 협회는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경기(요르단전)에서 한국팀은 AFC의 경기 계획상 원정팀이었다”며 “추가 조사 결과 (대표)팀 내 유니폼 수량 부족은 없던 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표팀 갈등과 협회 사건이 끊이질 않으면서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결국 첫 소집 훈련부터 입을 굳게 닫았다. 오픈 트레이닝 등 각종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선수 인터뷰도 하지 않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태국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연이은 아쉬운 대처로 국민들의 불신은 한 가득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 축구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힘써야하는 협회가 더 이상 선수들 뒤에 숨어 한국 축구의 위상을 흔드는 퇴보의 길을 걷지 말길 바란다.

설재혁 기자 jaehyeok9@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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