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반, 부정 반…‘뜨거운 감자’ 피치 클락, ‘피치컴’이 해결책 될까

긍정 반, 부정 반…‘뜨거운 감자’ 피치 클락, ‘피치컴’이 해결책 될까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3.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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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김수윤의 타석에서 피치 클락이 작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김수윤의 타석에서 피치 클락이 작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지난 9일 시작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누가 뭐래도 피치 클락이었다.

지난해 7월 피치 클락을 근시일 내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월 12일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베이스 크기 확대 등과 함께 피치 클락을 올 시즌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피치 클락은 투수의 투구 준비 시간과 타자의 타격 준비 시간에 시간 제한을 두는 것으로, 메이저리그(MLB)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지난 시즌 처음 도입했다. MLB에서는 경기 평균 소요 시간이 24분 줄고, 2시간 반 이내로 끝나는 경기도 크게 늘어 효과를 톡톡히 봤다.

KBO가 명시한 피치 클락 규정에 따르면,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있을 때 23초 안에 투구해야 하며, 타자는 8초 안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투수의 준비 시간은 현재 MLB가 적용하고 있는 시간보다 3초 늘어난 것이다.

경기 수원kt위즈파크 전광판 밑에 설치된 피치 클락. (사진=kt 위즈)

아울러 투수의 견제 횟수나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횟수 등, 시간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견제 행위 등도 횟수에 제한이 걸린다. 이를 위반하면 투수 위반 시 볼, 타자 위반 시 스트라이크가 하나 자동으로 주어진다.

KBO는 전반기까지 피치 클락을 시범 운영해 이 기간에는 규정을 위반해도 구두주의만 주어지며, 후반기에 정식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개막 후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 부정적인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하는 감독들이 눈에 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괜히 선수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고,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도 “선수들이 너무 한꺼번에 많은 걸 하게 되면 퍼포먼스에도 큰 지장이 생길 거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도 “견제 횟수가 제한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작동 중인 피치 클락.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피치 클락 도입을 긍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전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팬을 모으려면 경기시간을 줄여야한다”라고 말했고,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도 “MLB 시범경기를 봤는데 군더더기가 없더라. 정립만 잘 하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라고 긍정했다.

LG 트윈스는 한술 더 뜬다. 스프링캠프에서 피치 클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선제적으로 진행했고, 염경엽 감독도 “선수들에게 최대한 피치 클록을 지키라고 주문했다”라며 “리그의 발전과 선수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시범경기부터 이를 지키기로 한 것”이라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피치 클락 도입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야구 트렌드를 MLB가 주도하는 만큼, 점차 야구의 템포는 피치 클락에 맞춰질 것이다. 그래서 일본프로야구(NPB)도 피치 클락을 도입하는 와중에, KBO만 물러서면 또다시 뒤처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LG와 같이 스프링캠프부터 피치 클락에 대비하는 구단도 있는 시점에서, 무턱대고 볼멘소리만 내기보단 오히려 구단의 ‘준비 부족’을 지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투수 팔에 장착된 피치컴 송신장비. (사진=MLB.com 캡처)
투수 팔에 장착된 피치컴 송신장비. (사진=MLB.com 캡처)

의견이 갈리는 상황 속에 해결책이 되리라 기대받는 것이 바로 ‘피치컴’(PitchCom)이다.

피치컴은 투수나 포수의 팔목에 설치된 송신 장비의 버튼을 눌러 구종과 코스 등을 입력하면, 수신자의 모자나 장비에 부착된 이어폰을 통해 사인을 전달해주는 장치다.

사실 피치컴은 시간 단축이 아닌, 사인 훔치기 방지 목적으로 도입됐다. 201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중심으로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가 전자 장비 등 금지된 도구를 이용해 사인을 훔친 ‘사인 스캔들’ 이후, 원천적으로 사인 훔치기를 막고자 고안된 장비다.

도입 목적은 사인 훔치기 방지지만, 결과적으로 사인 교환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경기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됐다. 특히 MLB에서는 피치 클락 도입 시점에서 이미 피치컴이 도입된 상황이라 선수들이 피치 클락에 적응하기 수월했다.

KBO 역시 피치컴 도입을 준비 중이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데, 전파 인증 절차가 있어서 5월즈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피치컴 도입 후에나 피치 클락을 운영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리 피치 클락에 적응하는 것도 손해될 것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하는 만큼 한동안은 피치 클락 적응이 각 구단의 ‘숙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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