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않고 던지는 152km…‘전체 2순위’ 두산 김택연, 물건은 물건이다

긴장 않고 던지는 152km…‘전체 2순위’ 두산 김택연, 물건은 물건이다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3.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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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PayPay 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연습 경기에 출전한 두산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3일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PayPay 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연습 경기에 출전한 두산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아직 연습 경기지만 물건은 물건이다. ‘전체 2순위’라는 명성에 걸맞는 재능을 벌써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3일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PayPay 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연습 경기에 출전했다.

김택연은 앞서 등판한 이병헌이 안타와 볼넷으로 2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4회 말에 이날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위기 상황 속에 타석에 있던 선수는 야마카와 호타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소프트뱅크에 합류한 야마카와는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시절 3번이나 퍼시픽 리그 홈런왕에 오르는 등 통산 218홈런을 때려낸 일본 국가대표 우타 거포다.

낯선 경기장에 위압감 있는 상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에게는 가혹한 환경임에도 김택연은 주눅 들지 않았다.

3일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PayPay 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연습 경기에 출전한 두산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공 2개 만에 김택연은 야마카와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NPB 홈런왕을 상대로 구위에서 우위를 보이며 만들어낸 범타였다.

이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5회 말에도 마운드에 선 김택연은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쿠리하라 료야를 우익수 뜬공으로 정리했고, 이어 이마미야 켄타도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뒤이어 이노우에 토모야도 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를 완성했다.

1⅓이닝 1탈삼진 ‘퍼펙트’. 최고 구속은 시속 152km까지 나오는 등 물오른 구위를 뽐냈다. 김택연을 상대한 소프트뱅크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한 역투였다.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다. 김택연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NPB 구단과의 연습 경기마다 빼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를 점점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 두산의 스프링캠프지인 미야자키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2군과의 연습 경기에서는 9회 등판에 3타자 연속 삼진을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어 27일 열린 큐슌 미야자키 베이스볼 게임즈(구춘리그) 세이부와의 경기에서는 9회 말 4-4 동점 상황에 등판해 수비 실책과 피안타로 맞은 1사 1, 3루의 끝내기 위기에서 2타자 연속 삼진으로 경기를 매듭지으며 호투를 이어갔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NPB 팀을 상대한 3경기에서 3⅓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며 피안타는 1개 만을 허용할 정도로 묵직한 구위를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그 동안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도 인상적이었다.

구위를 믿고 자신 있게 공을 존 안으로 꽂아 넣을 수 있는 점도 있지만, 결국 이를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가능케 하는 담대함을 갖췄음이 드러난 셈이다. 한 마디로 ‘배짱 있는 투구’를 할 줄 안다는 것.

김택연의 ‘배짱’은 이미 인천고에서 활약하던 고교야구 시절부터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 월드컵에서 감독의 과도한 기용으로 인한 혹사와 중압감 속에서도 이를 이겨내고 동메달의 주역이 됐다.

신인 선수 가운데 경험 부족과 긴장 등으로 제구와 구위가 흔들리는 선수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김택연의 ‘배짱’은 정말 큰 자산이다. 김택연이 전체 2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10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 한국과 미국의 동메달 결정전. 한국 선발 투수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WBSC)
지난해 9월 10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 한국과 미국의 동메달 결정전. 한국 선발 투수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WBSC)

두산 구단도 모처럼 굴러들어온 복덩이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지난해 야구 월드컵의 혹사 이후 ‘투구 금지령’을 내려 한동안 회복에 전념하도록 관리했고, 해가 바뀌고서야 하프 피칭부터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몸을 만들도록 했다.

그럼에도 놀라우리만치 빠르게 몸을 만들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니, 구단 입장에서는 더더욱 소중히 여길 만도 하다. 이승엽 감독과 조웅천 투수코치도 김택연을 잘 관리해가며 운용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연습 경기는 연습 경기일 뿐, 실전에서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김택연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특히 후천적으로 취득하기 참 어렵다는 ‘배짱’을 단단히 달고 공을 던지는 모습에 팬들의 가슴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간만의 드래프트 상위 픽에서 두산이 건져낸 ‘금지옥엽’이 두산에게 또 한 번의 ‘왕조 시대’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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