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한때 나이트클럽과 결혼식장에서 ‘시큐리티’(경호·경비인력) 일을 했던 제이크 냅(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섰다.
냅은 26일(한국시각)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멕시코오픈 앳 비단타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를 이븐파 71타로 마쳤다.
4라운드 총합 19언더파 265타로 대회를 마친 냅은 2위 사미 발리마키(핀란드)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19언더파 194타로 독보적인 기세를 보여주며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냅은 급격히 흔들리며 우승을 놓칠 뻔했다.
1, 3번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적어낸 냅은 12번 홀까지 버디를 1개만 잡아내며 1타를 잃었고, 그사이 맹추격한 발리마키가 공동 선두로 따라붙으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13번 홀(파3)에서 냅이 침착하게 버디를 따내 분위기를 뒤집은 사이, 발리마키는 티샷이 벙커에 빠진 끝에 보기에 그치며 순식간에 둘의 타수가 2타로 벌어졌다.
17번 홀(파3)을 파로 마무리한 냅은 18번 홀(파5) 티샷이 벙커에 빠져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좋은 벙커샷으로 뒷수습에 성공하며 파를 적어내고 2타 차 리드를 지켜냈다.
통산 9번째 출전, PGA 투어 카드를 얻은 올해 기준으로는 5번째 출전 만에 얻어낸 감격적인 첫 우승이다.
캐나다투어와 ‘2부 리그’인 콘페리 투어에서 주로 뛰었던 냅은 캐나다투어에서 3차례나 우승을 거머쥐는 등 나름대로 하부 리그의 실력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PGA 투어라는 ‘꿈의 무대’에서 뛰기엔 돈이 부족했고, 2022년에는 골프와 함께 나이트클럽 시큐리티 일을 병행하며 ‘투잡’을 뛰어야 했다. 종종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시큐리티로 ‘알바’를 하기도 했다.
끝끝내 지난해 콘페리 투어에서 포인트 13위로 시즌을 마쳐 투어 카드를 손에 넣은 냅은 지난달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잠재력을 뽐내기도 했다.
우승을 차지한 냅은 트로피의 영광을 지난해 별세한 외할아버지에게 돌렸다.
팔뚝에 외할아버지의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기고 경기에 나선 냅은 자신이 골프 선수로 성장하는데 외할아버지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냅은 “늘 나를 격려해주셨다. 외할아버지가 오늘 계셨다면 아마 ”잘했어. 이제 우승 축하 치킨이나 먹자꾸나“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냅은 145만 8000 달러(한화 약 19억 40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2년 간의 투어 카드와 올 시즌 특급 지정 대회 출전권도 따냈다. 따라서 마스터스에서도 냅의 플레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