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또 귀 닫나…“2차 전력강화위 회의부터 미디어 브리핑 X”

축협, 또 귀 닫나…“2차 전력강화위 회의부터 미디어 브리핑 X”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2.23 14:29
  • 수정 2024.02.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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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에 참석한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에 참석한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들어간 대한축구협회가 또다시 ‘일방통행’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22일 “제2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다”라고 알리며 2차 회의부터는 회의 일정만 미리 공지하고, 최종 결과 도출 전까지 별도의 미디어 브리핑을 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사실상 “귀 닫고 제 갈길 가겠다”라고 선언한 셈이다.

협회의 미디어 브리핑은 회의 내용과 결과를 언론 및 팬들에게 전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협회 외부의 의견이 협회 내부로 전달되는 ‘소통 창구’의 역할도 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정해성 위원장이 진행한 1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는 질의응답을 통해 감독 선임 기준, 임시 감독 체제 여부, 국내파 감독 선임 여부, 선수단 구성 등 화두에 올랐던 점에 대한 답변을 정 위원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협회는 브리핑을 없애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브리핑을 열겠다고 전했다. 남은 선임 과정에서 더 이상 외부 의견을 듣지 않고, 감독 선임 결과가 나오면 그제야 ‘통보’하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연스레 선임 과정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이미 외부 소통을 위한 ‘단일 창구’로 정 위원장과 미디어 브리핑을 정해 둔 가운데, 협회가 말한 대로 중간 브리핑 없이 회의를 이어가면, 감독 선임까지의 남은 과정은 협회 외부에서 알 방도가 없다.

이렇게 되면 회의 과정에서 잘못된 의견이 나오더라도 외부의 의견을 듣고 바로잡을 여지가 사라진다. 정 위원장이 1차 회의 브리핑에서 언급한 8가지 선임 기준(전술·육성·명분·경력·소통·리더십·코칭스태프·성과)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군이 감독직에 올라도 막을 도리가 없다.

팬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지 않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前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원인에 대한 평가를 자세히 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혁신을 약속했지만, 이후 협회의 행보는 이와 거리가 멀다.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 결과 미디어 브리핑.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브리핑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 결과 미디어 브리핑.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브리핑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정 위원장이 선임된 것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협회 행정가로 잔뼈 굵은 인물이라지만, 근 1년간 한국 축구의 추락과 협회의 병폐 증가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요직에 앉혀도 되냐는 것이다.

1차 회의 브리핑에서 최대한 빨리 정식 감독 체제로 돌입하는 것, 이 과정에서 내국인 감독에 무게추를 둔 것에 관해서도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많다.

협회는 “서두르지 않겠다”라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내달 A매치 전까지 새 감독을 선임하려면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임시 감독 체제로 다음 달을 넘기고 6월 A매치부터 정식 감독 체제로 전환하자는 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선임 절차를 서두르면 제대로 된 후보자 검증도 할 수 없다. 특히 외국인 감독과의 진중한 협상은 꿈도 꾸기 어려운 시간이니, 자연스레 내국인 감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표팀 지휘봉에 관심을 보이는 ‘경력직’ 외국인 감독이 많은데도 말이다.

울산 HD FC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HD FC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내국인 감독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누굴 선임할지도 문제다. 당장 K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K리그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빼오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크지만, 정 위원장은 “클럽팀에 일하는 분이 된다면 구단에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에 K리그 팬들도 뿔이 났다. 이미 2010년대 초 전북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의 졸속 행정에 대표팀 지휘봉을 맡게 된 뒤 감독 개인도 전북 구단도 큰 손해를 본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특히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계속해서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울산 서포터즈인 ‘처용전사’는 22일 성명문을 내고 “협회 졸속 행정의 책임을 더 이상 K리그에 전가하지 마라”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클린스만은 떠났지만, 여전히 협회는 그 자리에 변치 않고 남아 있다. 제대로 된 ‘혁신’이 가능할지 팬들의 걱정과 분노가 큰 가운데, 브리핑 자리도 없애는 협회의 결단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대한축구협회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협회 본관 건물.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협회 본관 건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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