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클린스만 감독님! 지금 한국은 위험합니다

[기자수첩] 클린스만 감독님! 지금 한국은 위험합니다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4.02.14 01:10
  • 1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린스만 감독님! 지금 한국은 위험합니다. 온 국민이 어떻게든 감독님을 물어뜯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중입니다.

이런 광경을 보자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최근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4강에 오르셨습니다.

한국 축구는 1956년과 1960년 대회 연속 우승을 끝으로 반세기 넘게 아시아 왕좌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전 2019년 대회 때는 8강에서 도전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은 어떻습니까. 직전 대회보다 더 좋은 성적인 4강 진출에 성공하셨습니다. 64년 동안 우승 못하는 팀을 이끌고 4강까지 올랐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입니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서 한국 축구 최초로 원정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한 허정무 감독도, 2022년 카타르 아시안컵서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던 파울루 벤투 감독도 이루지 못한 엄청난 업적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감독님께서도 귀국 현장에서 당당하게 “준결승 진출을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 것 아닙니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의 손흥민, 같은 리그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있는 황희찬,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과 K리그1 2연패를 달성한 울산 HD 수비진, 그 외 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선수들까지.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선수단을 구성해 한국(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4계단 낮은 요르단(87위)에 패했지만, 이는 유효 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 선수들 잘못 아닙니까.

그 정도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라면 감독님께서 체력 훈련만 주야장천 하시고 전술 없이 “해줘”라고 말해도 알아서 해줘야죠. 언제까지 세 살배기 아이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짚어줘야 합니까.

그렇기에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국민들 앞에 “죄송하다”면서 고개 숙일 때 감독님께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요르단은 우리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고 골로 이어질 만한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라고 열심히 뛴 선수들을 향해 질책성 발언을 하신 것 아닙니까.

이런데도 국민들은 감독님 탓을 쉬지 않고 해대는 중입니다. 아마 결승에 올라갔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감독님과 같은 독일 출신으로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년 뒤인 2017년 경질당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덕분에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게 된 신태용 감독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나라가, 축구협회가 이렇습니다. 여러 사람을 괴롭힙니다. 부디 감독님께서는 경질당해 마음 상하지 마시고 먼저 사표를 던져 선수 치시길 바랍니다.

한동안, 어쩌면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나라에서 감독님은 부정적인 존재로 자리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오지 마시고 미국에 계속 계십시오. 대표팀 감독이라는 감투가 뭐가 중요합니까.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감독직은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 한국은 위험합니다.

아, 대회 기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친구가 생기신 것 같아 기쁩니다. 이왕이면 정 회장님도 미국으로 초대해 그곳에서 오랜 시간 뜨거운 우정 나누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