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스스로 무너진 '역대 최강'

[아시안컵] 스스로 무너진 '역대 최강'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4.02.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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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규성(9번)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7일(한국시간)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서 요르단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조규성(9번)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7일(한국시간)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서 요르단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계속된 패스 실수와 집중력 부재, 유효슈팅 0개. 역대 최강의 선수단을 구성했다던 한국 축구는 그렇게 자멸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 전부터,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줄기차게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말했다. 

허세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현재 대표팀 선수단 구성을 살펴보면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인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서 두 자릿수 골을 넣고 있는 황희찬, 프랑스와 독일 최강팀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과 김민재까지.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 내내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조별리그 1차전서 바레인 상대로 거둔 3-1 승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여유로운 승리였다. 요르단과 2차전서는 상대 자책골 덕분에 간신히 비겼고, 3차전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의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내주며 무승부를 거뒀다.

토너먼트에 들어와서는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서는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을 넣어 생명을 연장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좀비 축구'도 나오지 못했다.

이날 한국 수비진에는 김민재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호주와 8강전서 상대 선수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 징계로 결장한 탓이었다.

김민재의 빈자리는 정승현이 채웠고, 파트너로는 김영권이 나섰다. 좌우 측면 수비는 설영우와 김태환, 골키퍼는 조현우가 선택받았다. 김민재의 부재만 빼면 그동안의 수비진 구성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실수를 연발했다. 우리 진영에서 패스가 끊기면서 여러 차례 위기와 마주했다. 단순히 김민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었다. 요르단의 강한 전방 압박에 허둥대기 바빴다. 조현우의 연속된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미 전반전에 리드를 내줬을 상황이었다.

요르단은 공격 핵심인 야잔 알 나이마트와 무사 알 타마리를 중심으로 역습 위주의 공격을 펼쳤다. 조별리그 2차전서 이미 당해본 전략이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상대의 똑같은 전술에 똑같이 당했다.

(사진=황인범이 7일(한국시간) 열린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요르단에 0-2로 졌다. / 연합뉴스)
(사진=황인범이 7일(한국시간) 열린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요르단에 0-2로 졌다. / 연합뉴스)

전반전은 무실점으로 버티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박용우의 백패스를 김영권이 잡기 전 알 타마리가 가로챘고, 알 나이마트가 이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21분에는 상대 진영에서 이강인의 패스가 끊기면서 요르단에 역습을 허용했고, 알 타마리가 드리블 후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점수 차를 벌렸다.

두 골 모두 상대가 만들어 넣은 것이 아닌, 우리 패스 실수로 공격 기회를 제공해 나온 실점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앞선 두 경기서 극장골로 기적을 썼던 한국은 이번에도 끝까지 동점골을 노렸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더 이상 한국의 손을 잡지 않았다.

공격도 수비만큼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전반 29분 비디오판독(VAR) 끝에 번복됐으나 설영우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던 장면, 전반 32분 이재성의 헤더 슛이 골대를 때린 장면 등 분명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해결하지 못했다.

한국 공격진은 추가시간까지 더해 약 100분 동안 슈팅 8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요르단(17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심지어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토너먼트는 지면 바로 짐을 싸는 단판 경기다. 매 경기 선제골을 내주면서 결승까지 가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큰 욕심이 있을까. 64년 만의 우승 도전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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