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대는 호주로 떠났건만…두산과 홍건희, 협상은 ‘평행선’

선발대는 호주로 떠났건만…두산과 홍건희, 협상은 ‘평행선’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1.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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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홍건희가 경기를 마무리하고 미소를 띠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2023년 4월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홍건희가 경기를 마무리하고 미소를 띠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두산 베어스가 선수단 일부를 호주로 보내며 본격적인 스프링 캠프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 FA로 풀린 홍건희와의 계약은 요원해 보인다.

주장 양석환을 비롯한 두산 선수 8명은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오는 29일 선수단 출국을 신호로 시작되는 1군 스프링 캠프에 앞서, 미리 가서 몸을 풀고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선발대’가 먼저 떠난 것이다.

본격적으로 스프링 캠프 열기가 고조되며 다음 시즌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지지만, 아직 차가운 겨울 한복판에 남아 있는 선수도 있다. 홍건희 이야기다.

2011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프로 무대에 입문한 홍건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2020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한 뒤 핵심 구원 투수로 활약해온 만큼, 꽤나 매력적인 불펜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1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계약은커녕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소식도 없다. 자칫하면 ‘FA 미아’가 될 위기다.

홍건희의 실력 자체는 인정받고 있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기량에 대한 의문부호부터 FA 등급, 샐러리 캡까지 홍건희에게 유리한 요인이 하나도 없다.

2023년 4월 7일 광주 북구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홍건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2023년 4월 7일 광주 북구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홍건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근본적인 이유는 성적이다. 홍건희는 최근 3시즌 도합 187경기 198이닝을 소화하며 9승 20패 43세이브 31홀드 평균자책점 3.09로 활약했다. 마무리와 셋업맨을 넘나들며 두산에 없어서는 안될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에도 64경기에 나와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는 등 표면적인 성적은 좋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홍건희는 지난 시즌 피안타율(0.272), 피장타율(0.386), 피OPS(0.722) 등 세부 지표가 2021시즌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역시 최근 3시즌 가운데 가장 높은 1.48이었다.

두산 이적 후 다소 무리한 수준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여파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 시즌 홍건희의 평균 구속은 전년도 대비 시속 2~3km 줄었다. 줄어든 구속 만큼 구위가 떨어지며 안타와 장타 허용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복도 심했고, 중요한 상황에서 연달아 출루를 허용하며 무너지는 일도 잦았다. 그 결과 WPA(승리 확률 기여도)가 –1.08에 그쳐, 필승조임에도 팀 승리 확률에 오히려 해가 됐다.

이러한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가운데 홍건희가 A등급 자원인 점도 입지에 악영향을 준다. A등급 FA 선수는 타 팀 이적 시 전년도 연봉의 200%와 20인 보호 명단 외의 보상 선수 1명을 원 소속팀에 보내야 한다. 

기량에 물음표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타 구단 역시 이 정도 수준의 보상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하고자 하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홍건희의 선택지는 친정팀 두산과의 재계약으로 좁혀지는 셈이다.

2023년 10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홍건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10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홍건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샐러리 캡이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에서 두산은 111억 8175만원을 기록해 10개 구단 가운데 지출이 가장 컸다.

샐러리 캡 상한액까지 여유분은 단 2억 4000만 원. 이미 양석환과 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라 홍건희에게도 큰 돈을 주면 샐러리 캡을 무조건 초과하게 된다.

홍건희는 지난해 3억 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샐러리 캡까지의 여유분이 이에 못 미치다 보니 홍건희가 원하는 금액과 두산이 원하는 금액 사이 간극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이승엽 두산 감독이 홍건희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홍건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온 이 감독은 지난 15일 시무식 이후 인터뷰에서도 “구단에서 잘해줄 거라 믿는다”라며 홍건희를 잡아주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발대의 출발을 시작으로 두산 베어스의 2024시즌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홍건희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는 퍼즐 조각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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