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선 ‘효과 200%’…베이스 크기 확대, KBO리그에는 어떤 영향 줄까

MLB에선 ‘효과 200%’…베이스 크기 확대, KBO리그에는 어떤 영향 줄까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1.16 12:38
  • 수정 2024.01.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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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를 성공한 2023시즌 아메리칸 리그 도루왕 에스테우리 루이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사진=MLB.com 캡처)
도루를 성공한 2023시즌 아메리칸 리그 도루왕 에스테우리 루이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사진=MLB.com 캡처)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차기 시즌부터 확대되는 베이스 크기. KBO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MLB)에서 발생한 효과가 비슷하게 드러날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일 올해 첫 번째 이사회를 열고 신규 제도 및 규정 개정안의 도입 시기를 확정했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피치 클락 등의 도입 시기가 잠정 결정된 가운데, 비교적 덜 주목받은 중요한 변화가 있다. 베이스 크기 확대가 그것이다.

KBO리그가 그간 활용하던 베이스는 한 변의 길이가 15인치(38.1cm)인 베이스로, 본래 MLB에서 표준 베이스 크기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MLB가 마이너 리그와 독립 리그 등에서의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2023시즌부터 한 변의 길이가 18인치(45.72cm)로 늘어난 베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KBO가 이번에 도입하는 확대된 베이스 역시 이를 따른다.

베이스를 키운 목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제시된 이유는 MLB가 커진 베이스를 도입하며 공식적으로 언급한 ‘부상 방지’다.

베이스 크기를 키워 주자와 수비수가 충돌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는 것인데, MLB는 도입을 발표하며 “2022시즌 마이너 리그에서 실험한 결과,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 13%가량 줄었다”라고 알린 바 있다.

2023시즌을 앞두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한 메이저리그(MLB). (사진=MLB.com 캡처)
2023시즌을 앞두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한 메이저리그(MLB). (사진=MLB.com 캡처)

그러나 실질적으로 베이스 확대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영향은 따로 있다. 도루 횟수 증가가 그것이다.

베이스 크기가 커짐에 따라 1루와 2루, 2루와 3루 사이 거리는 각 4.5인치(11.43cm) 줄었다. 백 분의 일초의 찰나에 아웃과 세이프가 갈리는 도루라는 상황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거리다.

물론 베이스 크기 확대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피치 클락이 도입되며 투수가 예전처럼 주자 견제에 신경을 쓰기 어려워졌고, 투수의 주자 견제 횟수 자체에도 제한이 걸렸다. 도루는 포수가 저지하지만, 도루 시도는 투수가 저지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영향이 컸다.

그 결과 2023시즌 MLB의 총 도루 시도는 4369회에 달해 2012시즌(4365회) 이후 처음으로 4000회를 넘겼다. 21세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2011시즌(4540회), 2001시즌(4510회)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성공률은 더욱 눈에 띈다. 4369번의 도루 시도 가운데 무려 3503번을 성공해 도루성공률은 80.1%에 달했다. 21세기 들어 최고 기록이다.

이러한 결과는 MLB 사무국이 은연중에 바란 일이다. MLB는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두 이래 도루 실패 시의 리스크가 부각되며 도루의 가치가 급전직하해 도루 시도가 크게 줄었다.

2022시즌만 하더라도 총 도루 시도가 3297회에 그쳤고, 그 전인 2021시즌엔 2924회의 도루 시도만 기록돼 21세기 들어 단축 시즌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3000회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규정 개정 후 순식간에 1000회 이상 늘어난 것이다.

MLB 사무국은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부임 이래로 젊은 층의 인기를 되찾고자 시간 단축과 역동적인 움직임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도루 증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부합한다.

2023시즌 KBO리그 도루왕 정수빈(두산 베어스). (사진=두산 베어스)
2023시즌 KBO리그 도루왕 정수빈(두산 베어스). (사진=두산 베어스)

허나 KBO리그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곧바로 발생할 지는 ‘미지수’다.

KBO리그 역시 지속적으로 도루 시도가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지난 시즌에는 별다른 규정 변화 없이도 2016시즌 이후 7년 만에 총 도루 시도가 1400회를 돌파했다.

원래부터 작전 야구를 구사하는 구단이 비교적 많았던 KBO리그인 만큼, 작전 야구에 탄력이 받을 수는 있더라도 MLB처럼 야구 자체의 양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가능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아울러 MLB에서 도루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피치 클락과 견제 횟수 제한도 변수다. 피치 클락은 후반기에 1군에 도입될 예정이고, 견제 횟수 제한에 관한 소식은 아직 없다.

결국 베이스 크기 확대가 KBO리그에서도 MLB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MLB처럼 시간 단축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는 아닌 만큼, 규정 개정의 효과도 MLB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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