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럼에도 2024년은 무탈하길

[기자수첩] 그럼에도 2024년은 무탈하길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1.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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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짧았던 2023년이 지나갔다. 사건 사고가 많은 현대사회라지만, 지난해는 특히나 아쉬운 일들이 많았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누군가의 욕심이 다른 이를 해치는 일, 정의보다 이익에 몰두하다 잘못된 일이 잦았다.

정치권은 민생이라는 의를 뒤로 하고 권력을 위한 정쟁에 몰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폭탄’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은 아직도 나오지 않아 시민들의 지갑은 오늘도 쥐어짜이고 있다.

실정 속에서도 여당은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해 민생을 듣지 못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내분이 지속되며 분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가중되고, 특검법을 향한 거부권 사용은 ‘방탄 거부권’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응해야 할 야당 역시 권력을 위한 내분에 몰두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 유력 의원들의 돈봉투 수수 논란이 불거져 전직 당 대표가 쇠고랑을 차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정치적 목적 앞에 정의가 대접받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군 흉상은 ‘빨갱이’라는 누명 속에 철거 위기에 놓였고, 군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해야 할 정신전력 기본 교재에는 한일관계를 의식한 듯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표기하는 우를 범했다.

해병대에서는 징집병들을 안전조치도 없이 대민지원에 동원하다 아까운 청춘의 목숨을 잃게 했고, 이를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장은 외압 논란 속에 쫓겨났다. 목숨과 안전이라는 진정한 대의를 보지 못한 채, 해병대의 이름만 높이려다 벌어진 참사였다.

청소년들의 축제의 장이 됐어야 할 잼버리도, 도시가 가진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했을 엑스포도, 관광 수입이라는 이익에 치중한 나머지 행사가 가진 진의를 담아내지 못해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생활 속에서도 이러한 일은 흔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른바 ‘빌라왕’ 사태가 올해까지 이어졌고, 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연루된 ‘전청조 사건’ 등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기 사건이 잇따랐다.

옹졸한 억울함을 풀겠답시고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칼부림이 이어졌고, 아이를 과잉 보호하려는 이익을 좇아 교사의 목숨을 앗아간 악성 민원인들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터넷 문화에서도 이런 일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통신 3사의 이익을 위한 망 사용료 문제로 세계 굴지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한국 사업을 접었고, 게임업계에서는 단 한 프레임을 빌미로 전방위적인 사상 검증의 폭풍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이렇듯 많은 일이 있던 2023년이 지나갔다. ‘잘 살기’보다는 ‘살아남기’가 우선시되는 1년이었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2024년을 향한 기대감도 예년에 비하면 약한 기분도 든다. 비극이 이어진 힘든 2023년이 그대로 이어지면 어떡할까. 그런 고민 속에 마냥 편한 마음으로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다음 한 해도 무탈하길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2024년은 이러한 안타까움을 반면교사삼아 반대되는 길을 걸어가는 대한민국이 찾아오기를, 사리사욕도, 이해관계도, 공통의 정의 앞에서 잠잠해지는 좀 더 올바른 1년이 되길 많은 사람이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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