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자 이탈을 막아야 한다

젊은 기자 이탈을 막아야 한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10.12 09:5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산업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영지표가 위기를 넘은 수준이라고 걱정하는 언론사가 많다. 매각 절차에 들어갔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소문난 곳도 여럿이다. 언론사의 구조 조정은 더 이상 가능성이 낮은 선택지가 아니다. 언론사도 기업이기에 실물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언론사의 핵심 수입원이 광고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최근 언론사의 여러 어려움은 쉽게 납득된다. 다른 산업의 경기는 언론산업의 광고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현재 언론산업의 침체를 경기 부진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겸연쩍다.

사실 언론산업 위기는 언론인의 이탈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언론계를 떠나는 언론인이 크게 늘어났다. 과거 언론인의 이동은 다른 언론사로 이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다른 산업계로 전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아예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기자직 언론인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경고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현실을 볼 때 이탈 이후 충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뉴스 생산이라는 언론사의 기본 기업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난다.

기자 이탈로 인한 편집국, 보도국 등 뉴스룸의 축소와 변화는 언론사 전반의 재조직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언론사에서 위상이 남다르기에 대부분 재조직화는 대체로 뉴스룸에서 시작한다. 최근 언론산업에서 웹 3.0 혹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과 활용으로 인한 뉴스룸 재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언급과 제안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기자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뉴스룸 재조직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언론인 이탈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도 사기가 저하된 것이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해 발간한 ‘2021 한국의 언론인을 보면, 전체 응답 기자 2,014명 중 58.5%가 최근 1~2년 동안 기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고 답했다. 그 동안 더욱 팍팍해진 언론 현실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현재 더 떨어져 있을 것이다. 사기가 저하됐다는 기자를 대상으로 그 원인을 살펴본 결과, 언론인으로서의 비전 부재(58.0%), 낮은 임금과 복지(51.4%), 업무를 통한 성취감 및 만족감 부재(39.9%),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 하락(35.6%), 과중한 업무량과 업무 강도(32.2%),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축소(21.5%) 등이 꼽혔다. 임금이나 업무처럼 드러나는 것보다는 비전이나 성취감의 부재, 사회적 평가나 영향력의 하락 등 언론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원인에 대해 응답이 많았다.

떨어진 사기는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하게 만든다. 전체 응답 기자 중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72.7%였다. 이들이 희망하는 곳은 다른 언론사(21.9%), 대학이나 연구직(12.8%), 정부 및 공공기관(12.4%), 자격증을 지닌 전문직(11.9%), 일반 기업(9.8%), 창업(8.3%), IT 및 인터넷 기업(7.2%), 프리랜서(5.9%) 등이었다. 이직이나 전직을 생각해본 기자가 이렇게나 많은데, 다른 언론사로 이직하겠다는 응답은 고작 20% 약간 넘는 것이 우리 언론산업의 씁쓸한 단면이다.

특히나 우려스러운 점은 언론인 이탈이 과거와 달리 저연차 기자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저연차 기자가 가지고 있는 직업 이상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위 조사에서 전체 응답 기자 중 업무로 인해 탈진됐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40.4%였다. 20대 기자는 이 비율이 48.3%로 훨씬 더 높았다. 또한 기자로서 하는 일에 점점 회의가 든다는 응답은 전체 37.0%인 반면, 20대 기자는 이보다 높은 41.6%였다. 평균을 웃도는 저연차 기자의 정서적 소진과 냉소주의는 이들을 언론계로부터 탈주하게 만든다. 뉴스룸의 내일은 젊은 기자에게 달려 있지만,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이상 현실적으로 언론사, 나아가 우리 언론산업의 미래는 장밋빛일 수 없다.

언론의 사회적 평가 및 영향력 감소로 인해 언론사 지원자의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언론고시를 통해 언론사에 입사하더라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언론계를 떠나는 언론인이 늘어나고 있다. 재조직화가 끝나지 않은 뉴스룸의 역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저연차 기자에게 요구되는 업무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기술이 뉴스룸에 도입되고 활용되는 데 있어 저연차 기자에게 기대하는 바는 상대적으로 크다. 세대가 완전히 다른 기자들이 뉴스 생산이라는 하나의 공통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각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저연차 기자들은 문화 충돌과 가치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탈진하고 소진될 수밖에 없는 뉴스룸 조직이다.

현재 대부분 뉴스룸 재조직화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 운용 과정에 따라 기자 인력을 배치하는 구조다. 언론의 여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능주의 환상에 빠져 기술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고리즘 기술로 효과적으로 뉴스를 생산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전망이 쏟아진다.

하지만 정작 현재 뉴스룸의 기자를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도입을 통한 뉴스룸 시스템의 교체는 짧은 기간 일어난다. 기자는 뉴스룸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다. 순간순간 투입하고 교체할 수 없다. 뉴스룸 재조직화는 기술보다는 기자 구성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 특히 주도적으로 기술을 활용하게 될 젊은 기자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뉴스룸 재조직화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이처럼 무엇보다 젊은 기자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언론산업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젊은 기자를, 젊은 기자가 외면하는 뉴스룸을 운영하는 언론사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효율성만을 강조한 뉴스 생산 구조 도입과 급하게 진행하는 뉴스룸 구조 조정은 내일이 없는 언론사를 만들 뿐이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김위근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