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욕망

AI의 욕망

  • 기자명 오진곤 교수
  • 입력 2023.07.20 09:23
  • 수정 2023.07.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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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라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 알렉스 가랜드가 감독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심리를 간파해 인간을 유혹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한 AI 로봇이 등장한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의 90% 이상을 소화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칼렙(도넬 그리슨)AI 연구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초청을 받는다. 네이든은 연구소의 기밀을 밖으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AI 에이바(알라시아 비칸데르)의 연구를 칼렙에게 맡긴다. 테스트가 진행될수록 칼렙은 여성 AI인 에이바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품게 된다. 어느 날 한 번도 외부로 나가본 적이 없는 에이바가 칼렙에게 탈출을 위한 도움을 요청한다. 네이든은 AI인 에이바가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을 속이는 것이 가능한지를 실험하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칼렙은 네이든과 에이바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영화의 마무리 무렵 네이든은 자신이 만든 다른 AI에게 죽임을 당한다. 에이바는 칼렙을 연구실에 가두어 버린다. 에이바가 인간의 모습처럼 변장을 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인간이 발명한 AI가 영화 속의 에이바처럼 사람과 비슷하거나 사람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영화 속 네이든의 말처럼 AI는 인간을 원숭이처럼 취급하고 어떤 SF영화처럼 인간 세상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GPT(Chatting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는 사전 학습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을 의미한다. GPT의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출시 2개월 만에 1억 명을 넘었다. GPT인공지능 기술로 인류에 기여한다는 표어 아래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만이 공동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Open AI)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GPT20221130일 공개되었다. 그 후 꾸준히 세상 속 화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GPT는 시나 소설처럼 창의적인 글쓰기도 큰 무리 없이 수행한다. 그림 그리기나 노래 작곡, 컴퓨터 프로그레밍 등의 작업도 몇 번의 과정만 거치면 완벽하진 않지만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국내 작가들이 챗GPT를 이용해 창작한 소설집이 처음 출간되었다. 네오픽션 출판사는 작가 7명이 챗GPT를 이용해 저술한 SF 소설집 매니페스토 Manifesto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지구의 전반적인 수준이나 지구인 동료 여러분이 가진 능력이 미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건대, 우리는 우리의 우월함으로 지구를 점령하거나 우리의 뜻을 강요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 아닙니다.” 매니페스토중에서

매니페스토는 작가 7명과 GPT-3.5’가 공동 저자이다. 처음에 작가들은 챗GPT에 주제를 주고 소설을 써달라고 주문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지 못했다.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시놉시스에 가까운 문장과 구성이었다” “AI에 문외한인 나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원하는 소설이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등의 반응이 나왔다. 어떤 작가는 소설을 여러 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주제를 제시해 나온 단계별 결과물을 통합하고 수정해 소설을 완성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그러나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상한 도시에 대한 묘사를 요구하자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는 정적이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거리는 평평하고 넓으며 건물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공원에는 여전히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건물들 내부에는 아직도 기구와 다양한 소품들이 그대로 있다는 내용을 썼다

문을 열어 들어선 다음 그가 본 것은 황량한 고요와 아름다움이었다. 흰 구름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유영하고 있었다. 예쁜 도시였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를 주인공이 탐험하는 장면을 서술해 달라는 주문에 챗GPT가 몇 초 만에 곧바로 내놓은 도입부다. GPT는 간단한 아이디어만 주면 섬세한 묘사로 이야기를 쓴다. 비극적인 결말의 복선도 만들고 소설 속 도시의 암울한 미래의 배경도 만들어낸다. GPT가 기존의 챗봇과 비교해 다른 점은 사용자의 요구를 주문받은 후 방대한 양의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GPT는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 인간과의 대화를 수행하는 셈이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한 느낌도 든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 삶의 패러다임 변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GPT는 처음 인터넷 등장만큼이나 우리에게 대단한 파급력을 준다. 특히 교육현장에서의 챗GPT 사용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대학 교육 현장에서 AI는 기술의 잠재적인 독소를 최소화하면서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규제의 범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모 대학에서는 지난 3월 새 학기를 시작하며 AI의 기본 활용 규범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네 가지이다. 첫째, 연구 윤리를 준수할 것. 둘째, GPT의 오류 가능성을 인지하여 활용할 것. 셋째, 경험적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할 것. 넷째, 과제에서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독려할 것 등이다. GPT는 인터넷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계획하고 만들어내는 창의적 사고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AI의 부상은 인간에게 최고 또는 최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 결과가 무엇일지 모른다는 스티븐 호킹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오진곤(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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