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활용기업으로서 언론사는 기술 담당자의 위상 강화부터

기술활용기업으로서 언론사는 기술 담당자의 위상 강화부터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07.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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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 관점에서 보면 기술 발전의 단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혁신 기술의 발명과 도입에 필요한 기간이 매년 밭아지고 있어 현장에서는 선택과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조차 가속력이 붙어버린 기술을 이해하고 따라잡기가 만만찮다. 압도적 기술력을 가진 몇몇 초격차 인터넷기술기업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이미 그 전조는 다양한 부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격차 인터넷기술기업에 기술이 집중되면서 이들에게 자본이 쏠리고, 자본이 쏠리면서 다시 기술이 집중되는 순환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이들 기업의 사회 지배력은 한 국가를 쉽게 넘어선다.

얼마 전까지 기술은 대학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산업사회의 많은 기술은 대학에서 만들어졌다. 이를 산업 현장이 활용하는 수순이었다. 이러한 관계에서 대학은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경우 대학이 기술과 정책을 선도하는 모양새였다. 이제는 다르다. 특히 디지털 기술 분야는 기업이 최첨단을 이끈다. 한 기업의 디지털 기술이 대학은 물론이고 단위 국가 전체보다 나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분야에서 기업의 기술자가 대학원 전공생을 가르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대학을 뛰어넘기에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한다. 관련 기술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기업인의 참석이 크게 늘고 있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실용 분야에서 대학 교육과 위상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우리 언론과 대학은 많이 닮았다. 그 수가 시장의 적정 수준보다 많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언론의 다양성, 학문의 다양성은 반드시 필요하고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절대수치가 많다는 것이 다양성을 담보하지 않음을 경험하고 있다. 많은 언론과 대학은 권위에 기대어 변화에 둔감하다. 외부에 변화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은 더디다. 새로운 기술의 습득과 응용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스 생산 및 발신, 교육 및 연구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는 소위 지원 조직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기자나 교수로 이뤄지지 않은 조직의 책임자 자리에 이들이 앉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 상실을 외부 환경 변화 탓으로 돌린다. 자신 활동의 대상, 즉 독자나 학생의 변화한 요구를 확인하는 데 인색하다.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위기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린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언론사는 독자의 소비라는 선택을 받는다. 생산, 유통, 소비라는 모든 뉴스 과정에 기술이 관여한다. 인터넷 기술 도입 이전 신문사는 인쇄, 텍스트 등 기술에서, 방송사는 영상, 전파 등 기술에서 최첨단 기업이었다. 인터넷 기술이 언론에 활용된 지 30년 가까이 된 지금, 언론사가 웬만한 인터넷기술기업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와 같은 기술 생산 기업으로서 언론사를 전망할 수 없다. 기술 활용 기업으로서 살아남기가 더 현실적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계를 인정하고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업과 협업을 강조하는 대학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대학은 물론이고 언론사도 조직 차원의 한계가 분명하다.

기술 활용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전망은 사내 기술 조직의 위상 강화와 재건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난 1월 발표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의 ‘2022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사 디지털 기술 및 업무 담당자의 현실은 암담한 수준이다. 68명의 응답자 중 소속사 IT 부문 담당 총괄 책임자의 직위가 임원급 및 실국장급인 경우는 47.1%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즉 절반 이상은 의사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만한 높은 직위에 이르지 못했다. 소속사의 IT 인력이 가장 많이 하는 역할이나 업무에 대해 73.5%기획자 등의 요청이나 지시를 따른 개발을 꼽았다. ‘서비스 개선 사항 혹은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처리’ 54.4%, ‘외주 용역업체에 필요 사항을 전달하는 중계하는 업무’ 39.7%, ‘이용자 데이터 등을 분석해 뉴스 조직에 보고’ 38.2%였다. ‘기자 등과 협의해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29.4%에 불과했다. 이처럼 언론사 IT 종사자의 역할 및 업무는 자체적이고 자발적인 것보다 요청이나 지시를 따르거나 다른 업무를 중개하거나 보고하는 등 보조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더 많았다.

언론사 IT 종사자는 소속사의 IT 업무와 관련된 여러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심각하다는 응답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구체적 목표 및 비전의 부재’ 75.0%, ‘IT 관련 인력의 부족’ 73.5%, ‘기자 중심의 폐쇄적 조직문화에 따른 소통 및 협업의 부재’ 72.1%, ‘IT 관련 인력에 대한 낮은 처우’ 64.7%, ‘기존 수익원 이외 다양한 수익모델의 부재’ 61.8%, ‘IT 업무에 대한 조직의 낮은 이해도’ 58.8%였다. 한편 언론사 IT 종사자가 인식하는 기자들 또는 뉴스룸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중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8.8%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절반 가까운 필요할 때 비정기적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47.1%였다. ‘이메일, 메신저, 전화 등 주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7.4%였다. 그리고 개인이 아니라 부서 또는 부서장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응답이 30.9%에 달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5.9%였다.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을 비롯해 디지털 서비스의 관여도가 높아지는 기자와 IT 종사자 사이 소통 빈도 및 형식이 여전히 간접적, 비대면적, 부정기적이라는 것은 IT 종사자가 고립돼 있거나 수동적 업무에 그친다는 의미다.

우리 언론사는 포털사이트, 소셜플랫폼 등 인터넷기술기업에 콘텐츠 제공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매우 높다. 변화의 욕구도 강하다. 이에 인터넷기술기업의 서비스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이른바 웹 3.0 기술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이들 기술이 가져올 언론의 미래를 전망하고 대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언론사가 늘어나고 있다.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언론사도 많아지고 있다. 기술기업과 협업을 시도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사내 기술 담당자나 기술 조직에 대한 위상 제고나 획기적 인력 충원을 얘기하는 언론사는 없다. 기자와 기술 담당자가 동등한 결정권이나 의결권을 갖는 조직 변화는 더욱 요원해 보인다. 우리 언론의 위기를 보게 되는 또 다른 지점이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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