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서 다가오는 공포…영화 ‘잠’, 칸에서 최초 공개

가까운 곳에서 다가오는 공포…영화 ‘잠’, 칸에서 최초 공개

  • 기자명 한휘 인턴기자
  • 입력 2023.05.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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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 앓는 남편과 이를 돕다가 함께 미쳐가는 아내 그려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황금카메라상’ 도전

영화 '잠' 영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영화 '잠' 영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인턴기자] 맘 편히 깊이 잠들 수 있는 장소인 집. 사랑하는 이의 옆.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 일순간에 공포와 광기의 공간으로 변해버린다면 어떨까.

22일(한국시각)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잠’이 공개되었다.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잠’은 신인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

몽유병으로 인해 자는 동안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현수’(이선균 분)와, ‘현수’를 바라보며 아픔을 느끼고 ‘현수’를 고치기 위해 분투하는 아내 ‘수진’(정유미 분)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끈다. 남편과 밤마다 한 침대에 눕는 ‘수진’이 ‘현수’의 몽유병 증세를 겪으며 느끼는 공포와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가는 모습을 그렸다.

영화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집이 공포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하룻밤 악몽처럼 담아냈다. 공포·스릴러 장르가 대부분 외부로부터 시작되는 것과 달리,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공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1장부터 3장까지 나눠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여백을 남겼으며, 결말 역시 ‘열린 결말’로 열어두며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겼다.

영화 '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영화 '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이러한 독특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와닿는 스토리는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칸 현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제일 편안하고 치유가 되는 집에서 공포가 시작된다는 점이 재밌었다"라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정유미도 "시나리오가 한 번에 술술 읽혔다"라며 "이런 시나리오를 쓴 감독은 과연 연출을 어떻게 할지, 촬영 현장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데뷔작으로 칸에 초청된 유 감독은 "너무 막연한 꿈이라 평행 우주에서나 가능하겠거니 생각해왔는데 감개무량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에 대한 기대를 묻자 "데뷔 영화가 칸에서 상영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것을 넘어 배가 터질 만큼의 행복을 맛봤다"라는 말로 겸손을 표했다.

한편 봉 감독이 ‘옥자’를 제작할 당시 봉 감독의 제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던 유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봉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 감독은 “어찌 보면 영화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은 '옥자'를 통해 배운 게 아닌가 생각했다”라며 “이번에 제가 칸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 했을 때도 봉 감독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시고 축하한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더불어 “저의 영화적 영웅이기도 한 분이 제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는 게 꿈 같고 영광”이라고 감사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객의 기대를 너무 올려서 좋을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몽유병 환자의 옆을 지켜야 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생겼다”라며, “본인을 위협하는 공포의 존재가 한편으론 가장 사랑하고 지켜줘야 하는 존재니까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라며 작중 ‘수진’의 행보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던 유 감독은 “그 당시 내 화두가 결혼이다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는 그런 부부를 그리고 싶었다. 이들에게 장애물을 던져 주고 부부가 이걸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칸 에스파스 미라마 극장에서 열린 현지 시사회에서는 유 감독과 주연 배우들에게 관객의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상영 후 영화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황금카메라상을 비롯한 비평가 주간의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전 1시(한국시각) 미라마 극장에서 열린다.

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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