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김현수의 씁쓸한 '라스트 댄스'… 베이징 세대가 저문다

김광현-김현수의 씁쓸한 '라스트 댄스'… 베이징 세대가 저문다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3.03.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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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5회 말 2사 1,2루 상황에서 역전 스리런을 터뜨린 한국 양의지가 김현수(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5회 말 2사 1,2루 상황에서 역전 스리런을 터뜨린 한국 양의지가 김현수(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차혜미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마지막 멤버였던 김광현과 김현수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며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에서 최종 2승 2패를 기록, 조 3위에 그치며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2라운드(8강) 진출권을 얻지 못했다. 14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렸지만, 현실은 WBC 3연속 탈락이었다. 

이번 대표팀의 핵심은 '신구조화'였다. 1986년생인 박병호부터 2002년생 이의리까지 경험 많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고루 발탁됐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대표팀 세대 교체라는 특명까지 얻었다. 이 중 김광현과 김현수는 투타에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로 꼽혔다. 두 사람이 최고령 선수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풍부한 경험을 갖췄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시 만 20세로 팀 막내였던 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기죽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했다. 이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부터 2009년 WBC 준우승,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거치면서 영광과 발전을 누렸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나이. 선수 스스로도, 다른 이들도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나서는 대표팀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컸을 터.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대회 후 두 사람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WBC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지난 13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중국전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것은 마지막"이라며 "대표팀 막내였을 땐 중압감이라는 게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선배님들과 야구했던 게 많이 기억난다. 좋은 선배가 되지 못 했다는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보다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저는 이제 나이도 있고 젊은 선수들이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려올 때가 됐다. 두 번 연속 국제대회 성적이 안 좋았다. 못하게 됐다면 다른 선수들이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3회 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일본 콘도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김광현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3회 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일본 콘도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김광현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은 14일 귀국 후 개인 SNS를 통해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국가대표란 꿈이었고 자부심이었다"라는 말로 운을 뗀 그는 "2005년 청소년 대표부터 이번 2023 WBC까지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뛴 나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대표팀에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나섰을 때 심정, 금메달을 목에 걸로 애국가를 제창하던 모습은 평생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기로 삼아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고 분통하다"라며 WBC 1라운드 탈락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베이징 세대가 저물어 간다. 당시 대표팀에서 뽑혔던 선수 중 아직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이는 김광현, 김현수를 제외하고 류현진, 이용규, 오승환 뿐이다.

이제 한국 야구에 남은 과제는 '세대교체'다. 한국 야구에 있어 2023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WBC를 시작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등 주요 국제대회들이 몰려 있어 세대교체의 적기로 여겨진다. 

첫 시도였던 WBC에선 실패했다. 이제 한국 야구는 과거의 영광을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돌이표가 되지 않기 위해선 비판과 비난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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