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유 있는’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 논란

[기자수첩] ‘이유 있는’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 논란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3.03.02 09:36
  • 수정 2023.03.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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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가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을 찾았다. 여러 후보가 거론됐던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FIFA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엔 독일 축구와 독일어에 능통한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도 있었다. 현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진행 중인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독일인이라는 점도 연결고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2004년 당시 ‘녹슨 전차’라 불리던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강력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리고 토마스 뮐러, 루카스 포돌스키 등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2011년부터는 미국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2013년 골드컵 우승,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등의 성과를 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지도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인물인 셈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후보 중 가장 이름값이 높기에 기대가 가는 게 사실이다. 3년 가까이 현장을 떠나 있었던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한국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결과를 내야 한다는 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높은 기대만큼 우려도 만만치 않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재택근무’ 논란이다. 과거 독일 대표팀을 이끌 때 현지 언론은 “클린스만 감독은 요아힘 뢰브 수석코치에게 대표팀 일정 조정 등을 맡겨 놓고, 본인은 거주지인 미국에서 이를 보고 받으며 업무를 처리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인이지만, 미국 국적 취득 후 현재도 미국에 거주 중이다.

벤투 감독의 경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와 가깝다는 이유로 서울 대신 고양시에 거주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머물며 K리그를 관전하고, 선수들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폈다. 전임 감독의 이 같은 모습은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 선호를 더욱 부정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접촉했던 베르타 반 마르베이크 감독의 경우도 재택근무를 고집해 협상이 엎어졌던 바 있다.

이에 대해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은 한국에 살고 싶어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독일 해설가로 한국을 방문했고, 2017년에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한 아들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었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한 ‘원격 지도’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 헤르타 베를린 감독 당시에도 부임 후 재택근무 관련 마찰로 77일만에 갑자기 사임한 전례가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사항임은 분명하다.

우려 섞인 시선은 전술적인 부분으로도 향한다. ‘클린스만 축구’를 정의할 수 있는 확실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게겐프레싱’,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티키타카’ 등 자신을 상징하는 전술적 아이덴티티가 있는 여타 감독과는 다르다. 특히, 독일 대표팀 시절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체력 훈련 말고는 한 게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한 점이 신뢰도를 깎고 있다. 선수단 장악 능력이 뛰어나지만, 90분 경기 안에서도 계속해서 전술이 바뀌는 현대 축구에서 확실한 전술 능력 없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뮐러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임 이유를 밝혔지만, 특색 없는 전술 등과 관련된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적 요인 등 5개 기준을 세우고 감독 후보들과 접촉하겠다던 축구협회의 계획과 일치하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새 감독 부임에 대한 답답함과 불안함을 토로하는 팬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전이 될 오는 24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서 이러한 우려가 기우임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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