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꺾이지 않는 마음, ‘슬램덩크’ 신드롬

[기자수첩] 꺾이지 않는 마음, ‘슬램덩크’ 신드롬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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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누적 관객수 3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기록 2위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261만)의 관객수를 뛰어넘었다. 이미 개봉 36일만에 250만 관객 달성, 1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지만 전국 응원 상영회가 이어지며 여전히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돌아온 전설이 다시 관객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슬램덩크’ 시리즈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서 연재된 만화로, 풋내기 강백호가 북산고등학교 농구부에서 겪는 스토리를 담았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경기 묘사와 농구에 청춘을 내던진 캐릭터들의 성장담이 1990년대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도 ‘슬램덩크’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1년 완전판을 비롯해 2017년 화질과 음질이 보완된 리마스터링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에는 넷플릭스에 업로드 된 ‘슬램덩크’ 전체 화수가 인기 순위에 올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 이후 넷플릭스, 왓챠 등 각종 OTT 플랫폼에서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시청 시간이 12배가량 오르기도 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북산고 주전 멤버 5인방 중 서사가 가장 작았던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한다. 시리즈의 원작자이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각본과 감독을 모두 맡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슬램덩크’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로 송태섭을 지목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풀었다. 원작의 주인공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이 극장판의 주인공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원작을 몰랐던 관객층을 사로잡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안목은 관객의 마음과 맞아 떨어졌다. 송태섭의 작은 체구는 “뚫어, 송태섭!”이라는 명대사로 다시 태어났다. 아버지와 형의 죽음이라는 갖은 고난을 ‘농구’라는 꿈으로 치환한 고등학생의 땀방울에, 관객들의 마음은 제대로 일렁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와 인물들의 서사가 교차하면서 환호성 가득한 농구 코트로 스며들게 했다.

‘추억의 재현작’이라는 수식을 뛰어넘어, 추억의 연장선으로서 현시대 감성까지 잡아낸 스포츠 영화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관객 연령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개봉 초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관객층은 주로 3,40대에 집중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차 전 연령대로 확장됐다.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한 후 대학생 박모씨(25)는 원작 만화 전권을 구입하며 ‘슬램덩크’ 열풍에 뛰어들었다. 그는 “송태섭의 건강한 성장 서사가 짙은 감동을 준다. 연출과 작화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며, “‘슬램덩크’ 원작 만화책을 1월에 주문한 사람도 2월 중순이 넘어서 배송 받을 수 있다더라. 지금 시켜도 2월 말일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해 원작 만화에 번진 애정을 드러냈다.

월드컵 이후 대국민이 함께 외치게 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도 ‘슬램덩크’ 신드롬과 함께 통한다. 농구를 ‘그깟 공놀이’로 치부했던 강백호가 이를 악물고 코트를 가로지르던 순간과 ‘포기하지 않으면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함께 공유한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코로나 19로 침체기를 맞이한 극장가와 우리들의 일상에 온기를 불어 넣어준 작품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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