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문화연구소‧해양생태계연구언론인회, 등대 무인화 긴급진단 세미나

섬문화연구소‧해양생태계연구언론인회, 등대 무인화 긴급진단 세미나

  • 기자명 설재혁 기자
  • 입력 2022.12.22 10:39
  • 수정 2022.12.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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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세미나실에서 등대 전문가 등 종합토론...역사적 등대 보존, 등대원 철수 중단 촉구

[데일리스포츠한국 설재혁 기자] 그 어느 때보다도 안보와 안전 문제가 국가적 과제이고 시대적 화두다. 특히 3면이 바다이고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와 지정학적 요인이 강조되는 우리나라, 세월호 이후 해상안전 문제는 지속적으로 국민의 관심사다.

등대 세미나 광경
등대 세미나 광경

해수부는 디지털 시대를 이유로 등대직원들을 철수시키며 유인등대 무인화를 추진 중이고 전문가들은 재검토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무인등대 관리가 중요하고 긴급상황에서 해양사고 해결을 위해서는 유인등대 역할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기술(ICT)기술을 접목한 항해장비 발전과 외부 변화를 이유로 유인등대는 점차 무인화로 변화 중이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들이 점차 부각되면서 이를 심도 있게 진단한 세미나가 열려 주목받았다.

사회자 박상건(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사회자 박상건(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섬문화연구소(소장 박상건)와 해양생태계연구언론인회(해언회)가 주최하고 삼성언론재단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21일 서울 정동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은 세미나 서두에 “아주 중요한 유인등대 무인화 문제를 등대전문가와 언론인이 모여 심도있게 토론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힌 뒤 “유인등대를 살려야 할 이유는 많은데 보도된 적이 없고, 기술 진보와 디지털화 운운하며 두리뭉실한 이유로 중차대한 국가 항로표지 정책이 진행되고 일방적 보도자료를 의한 보도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늘 세미나를 통해 구체적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여론화하는 게 세미나 목적”이라고 밝혔다.

발제자 김종헌(배재대 교수. 해수부 등대문화유산위원장)
발제자 김종헌(배재대 교수. 해수부 등대문화유산위원장)

발제에 나선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유인등대 무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유인등대 무인화 추진경과, 무인화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기술적 발달로 스마트 항로 표지 및 e-Navigation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선박의 자율운행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나 전파를 전달할 수 있는 기지국이 필수적인데, 이를 선박운행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등대가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빛을 비추는 등대(Lighthouse)가 데이터를 관리, 전달하는 기지국(Datahouse)으로 전환돼야 하고, 미래의 항로시스템 구축에 첨단화된 등대시스템이 필수적임으로 무인등대화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영토수호, 불법조업감시, 구호시설, 관측시설, 통신기지 등으로 유인등대 역할이 다변화됐다면서도 효용성이 약화된 유인등대는 무인화하되, 마산 홍도등대, 칠발도등대, 죽도등대, 목덕도등대 등 재(再)유인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석영국 전 항로표지기술협회 본부장 역시 해상안전에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국도 끝단의 등대는 재유인화하고 향후 무인화 계획도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 석영국(전 항로표지기술원 본부장)
토론자 석영국(전 항로표지기술원 본부장)
토론자 박재현(전 해수부 항로표지과장)
토론자 박재현(전 해수부 항로표지과장)

토론자로 나선 박재현 전 해양수산부 항로표지과장은 “인원 감축 문제만 등장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등대원 감축”고 비판했다. “현재 IMO(국제해사기구)에서는 빛을 이용한 등대를 폐지하지 못하게 한다”면서 GPS와 DGPS를 결합한 전파 위주의 자율항로 시스템이 모든 등대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홍 전 인천해양수산청 팔미도등대 소장은 “등대를 지키기 위해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등대원은 힘이 없다”면서 정론직필의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토론자 김은홍(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팔미도등대 소장)
토론자 김은홍(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팔미도등대 소장)

또한 “등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만큼 무인화 시스템에 유지에 필수적인 장비의 관리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공시스템보다는 사람이 가장 치밀하고 뒤처리도 깔끔하다“면서 “인공시스템은 계산력만 빨라서 사람에게 판단할 정보를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이어 진행된 참석자들 질의‧응답을 포함한 종합토론에서는 등대무인화가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및 수습에 미친 영향과 유인등대를 정부가 아닌 NGO와 같은 민간단체나 법인 등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좋은 환경을 조성해서 매력적인 포인트로 만들어 가는 해외사례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등대 세미나 모습
등대 세미나 모습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원로 언론학자는 세미나를 통해 비로소 등대유인화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었다면서 국가안보와 지정학적 특수성 등을 강조하고 미래의 등대역할을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등대정책 재검토가 이뤄지면 국민도 정부도 재검토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미나 마무리 발언에서 발제자 김종헌 교수는 “해양수산부가 등대를 없애는 것은 해양문화를 전파시키는 게이트웨이(Gateway)를 없애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참석한 언론인들 역시 일방적 폐지보다는 국민 여론에 기반한 재검토 작업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반응이었다.

‘유인등대의 무인화’는 근시안적인 경제적 효율성이나 행정적 편의주의에 매몰된 결과물이자 100여 년 동안 우리나라 바다를 밝게 비추어 온 등대의 역사성과 사회문화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미래 우리 바다의 길잡이이자 파수꾼이면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은 무인화된 시스템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등대와 그 등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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