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하대 성폭행·사망 사건을 바라보며

[기자수첩] 인하대 성폭행·사망 사건을 바라보며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07.19 09:07
  • 수정 2022.07.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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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인하대 성폭행·사망 사건을 바라보며

모두가 안전해야 할 대학 캠퍼스에서 성폭행·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해야 할 학문의 전당에서 범죄가 발생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하고 참담하다. 학생들이 밤늦도록 캠퍼스에 머물 수 없다면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을 대학에 보낸단 말인가.

사건은 지난 15일 오전 3시 59분경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5층 단과대 건물 아래 20대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된 데서 비롯됐다. 행인이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사건 직후 보도에서는 가해자가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찰이 현장에 발견한 핸드폰을 통해 가해자에게 먼저 연락했고, 긴급체포 된 가해자는 혐의 확정 후 참고인에서 용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피해자가 숨지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술을 마신 동급생 20대 남성 A씨는 구속됐다. 

가해자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준강간치사는 상대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이나 추행을 한 뒤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것을 말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준강간살인 혐의가 적용될 경우 무기징역 혹은 사형이다. 

구체적인 범죄 행위는 수사당국에 의해 전모가 밝혀질 것이지만, 여러 문제점 중 가장 먼저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다. 사건 당일부터 피해자 2차 가해가 이어졌다. 기사 제목부터 유난히  ‘여대생’이라는 어휘를 강조하고, 유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체’, ‘알몸’ 등 자극적 단어를 사용했다. 피가 묻은 현장 사진도 게시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에는 “범죄‧폭력 등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저속하게 다뤄서도 안 된다”고 분명하게 명문화하고 있다.  

인하대 총학생회의 입장문도 비난을 받았다. “비통합니다. 정녕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까?”라는 입장문은 공허하고 감성적이었다. 생명의 존귀함, 지성과 학문의 전당에서 발생한 사태의 엄중함과 심각성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교내 CCTV 증설·야간 출입 통제’ 방안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발표를 했다. 고등교육기관의 위기관리 대응능력이 얼마나 부실하고 허망한지만 보여줬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고속 경제성장으로 서구화를 앞당겼고 서구적 의식화에 물들여진 폐단을 안고 있는 셈이다. 서구화의 대표적인 사고방식이 이항대립적이라는 점이다. 하늘과 땅, 밝음과 어둠, 선과 악, 있고 없음 등 어떤 현상을 이분적으로 구분 지으며 합리적, 실용적이라는 명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        

피해가 발생하면 원인과 본질을 파악해 책임을 묻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는 방식이런 산물인 셈이다. 아픔을 들춰내 가십거리로 삼기 이전에 충격에 빠진 유족을 보호하고, 2차 가해와 또래 교내 학생, 청년 사회의 심리적 아픔과 절망 등 그 트라우마 파장은 예방하고 해결해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지성 공동체. 학문의 전당이 이 수준에 이르렀다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해당 대학은 물론, 교육기관, 행정당국, 청춘들을 앞만 보며 달려 경쟁 사회의 나락으로 몰아넣은 이 땅의 기성세대들에게도 반성해야 총체적인 교육 현장의 문제가 해결된다. 지금은 모두가 성찰과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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