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의 중천금 한마디

선열들의 중천금 한마디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06.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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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일상에 쫓겨 바쁘게 살다가도 가끔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생각하게 된다. 공식적인 행사장에서 빠짐없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시간이 지켜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숙한 마음으로 가신 이들을 기리게 된다. 여기서는 몇 분 선열들의 유훈을 찾아 그 뜻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선열들의 한마디는 중천금과 같은 내용이라 하겠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냐 사도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도라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오, 진실로 이것이 인도인 것이니, 여기에 있어서는 현실적이니 비현실적이니 하는 것은 전혀 문제 외의 것이다.

우리가 망명생활 30년이나 한 것도 가장 비현실적인 길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민족의 지상명령이므로 그 길을 택한 것이다. 과거의 일진회도 ‘현실적인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백범 김구)

우리 동포에게 나의 몇 마디를 전하여 주오. 첫째, 독립운동을 하려면 전족적으로 통일이 되어야 하고, 둘째, 독립운동을 최고 운동으로 하여 독립운동을 위하여는 어떠한 수단 방법이라도 쓸 수 있는 것이고, 셋째, 독립운동은 오족(五族) 전체에 관한 공공사업이니 운동 동지간에는 애증 친소의 구별이 없어야 한다.(백암 박은식)

모두들 듣거라. 우리가 이제 한일합병의 참변을 당하였으니 왜놈들은 우리를 금수와 같이 다룰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망명의 길을 떠나야겠다. 나라 없는 백성은 어디를 가나 서럽고 비참한 것이다. 만리타향 객지에서 고생할 각오를 한 몸, 그러나 내가 죽기 전에 조국이 광복되는 것을 볼 수만 있다면 나는 그 이상의 큰 소망이 없겠다.(석오 이동녕)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잠시 뜻을 얻었노라

까불대는 이 시운이

나의 등을 내밀어서

너를 떠나가게 하니

일로부터 여러 해를

너를 보지 못할 거나

그 동안에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일할거니

나 간다고 설워 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도산 안창호)

 

병든 몸 구차히 살고자, 않았는데

달성 두산이 해를 넘기나니

모친 자식 다 죽고 패가하니

아내 며느리 울음소리 꿈에도 들리네

기구한 사방득(謝枋得) 달아나고 괴로웠고

강개한 문천상(文天祥) 죽었어도 광영일세

화 복 궁 통은 하늘이 주신 운명이니

병든 몸 구차이 살고자 않소이다

조선에 한 선비 있으니

벽옹 김창숙 이라

머리는 백발이로되 마음은 일편단심

나라를 구하려는 한마음 뿐일세

독립을 위해 죽은 귀신이 될지언정

신탁통치의 노예는 되지 않으려네

인생이란 언젠가 죽게 마련인 걸

죽으면 죽었지 욕되게 살 수는 없으리.(심산 김창숙)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안중근)

세상을 온통 잔약ㆍ쇠퇴ㆍ부자유의 길로 들어가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왕건의 창업 때문인가, 위화도 회군 때문인가, 임진왜란인가 병자호란인가, 사색당파인가, 양반과 상민의 계급 때문인가, 문을 귀히 여기고 무를 천시한 폐단인가, 정주자학 끼친 해독 때문인가, 무슨 사건이 종교ㆍ학술ㆍ정치ㆍ풍속 각 방면에 노예근성을 낳게 하였는가.(단재 신채호)

개성 송악산에서 흐르는 물은 만월대의 티끝은 씻어가도 선죽교의 피는 못 씻으며, 진주 남강에 흐르는 물은 촉석루 먼지를 씻어가도 의암에 서려 있는 논개의 이름은 못 씻는다.(만해 한용운)

내 본래 무능한 중에도 모든 환경은 나로 하여금 더구나 무위하게 만들어 더 이상 고위에 앉아 국록만 축낸다는 것은, 첫째로 국가에 불충하는 것이 되고, 둘째로 국민에게 참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국가가 흥망간주에 걸렸고 국민이 존몰단애에 달려 위기 간발에 있건만 이것을 광정하고 흥구할 충정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동량지재가 별로 없음은 어쩐 일인가.(성재 이시형)

고향에 계시는 부모 형제 동포여!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이옵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해야 할 오직 한 번의 가장 좋은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백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이 기회를 택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매헌 윤봉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한이 남으오리까.(우섭 심훈)

김삼웅(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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