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맹이 없는 여가부 존폐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

[기자수첩]알맹이 없는 여가부 존폐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

  • 기자명 박영선 인턴기자
  • 입력 2022.04.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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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대선 이후에도 여성가족부 존치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성가족부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김 후보자는 19대 국회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성·문화 정책들을 설계한 인물이다. 인수위는 “외교·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일단 여가부 장관 내정 배경에는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 조직개편 이전에 현 정부조직법에 따라 일단 조각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당선인은 대선 이후에도 거듭, 여가부 폐지를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여가부 폐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에 관한 질문에 “당연하다”는 뜻을 밝히며 공약 이행을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11일 한 인터뷰에서 여가부 존치가 “지방선거까지 협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후 여가부를 폐지한다면 여가부 장관의 핵심 임무는 해당 부처의 폐지다. 같은 날 김현숙 내정자는 첫 출근길에서 “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인구대책과 가족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여가부 폐지나 개편 후의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에서 ‘여성’만을 지운 채 ‘인구’, ‘미래’라는 단어를 추가했을 뿐, 본질적인 기능과 부처 성격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2022년 여가부는 가족 정책에 9063억 원, 여성·양성평등 정책에 1055억 원, 청소년 정책에 2716억 원, 권익에 1352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예산 분할만 해도 가족 관련 정책에 투입된 예산이 여성·성평등 정책보다 9배가량 많이 투자됐다. 이는 2021년에도 각각 7375억원, 982억원으로 비슷한 양상이다. 단순 예산만을 척도로 삼지 않더라도 여가부는 가족 관련 정책에 많은 힘을 쏟아 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출생률 증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여성·성평등 정책과 가족 정책은 출생률에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다른 듯 일맥상통한 문제다. 그래서 구체적인 개선 방법 논의 없이 명칭 변경에만 급급한 공허한 논쟁이 진정성과 효용성 측면에서도 더더욱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유일 성평등, 여성, 가족에 관련된 기존 부처를 없애고, 오직 인구 증진을 위한 유사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국민 갈등만 조장한 꼴이다.

여가부 폐지·명칭 변경으로 인해 청소년 정책이 뒤로 밀리는 인상을 주는 것도 큰 문제다. 청소년 복지 문제는 다양한 부처를 돌고 돌아 여가부에 정착됐다. 2005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개설된 후 정권교체와 함께 보건복지부로 넘겨진 뒤 2010년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변경되면서 다시 옮겨왔다. 현재 여가부에서는 청소년 복지에 관한 업무를 상당 부분 맡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의 보호자가 없거나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해 생활비, 치료비, 학업 지원비 등 전반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보호종료 소년을 위한 지원금을 마련한 것과는 별개의 분야다. 위기 청소년 문제 외에도 수많은 학교 밖 아이들과 정서·행동장애 청소년, 이주 배경 청소년 등 성별을 막론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인수위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앞세워 이 지점을 망각하고 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중차대한 문제가 연결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대선 때부터 이어진 여가부 폐지 후 명칭을 ‘인구가족부’로 바꾸느냐, ‘미래가족부’로 바뀌느냐 하는 것은 부처 존치 문제의 본질일 수 없다. 명칭과 부처 존폐 논란이 여론전에 함몰될수록 정쟁은 뜨겁고 방안 논의는 힘을 잃는다. 설득력과 효용성이 사라진 논쟁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 앞에서 또 다른 갈등과 논쟁만 증폭시킨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와 열린 민주주의의 국가다. 우선 다가올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숙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인수위가 얽힌 매듭을 확실히 풀어야 한다. 그렇게 여가부 존치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성별, 세대 갈등 없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2030세대는 오늘의 출생률 문제를 좌우하고, 오늘 이후 세상에 태어난 아동, 청소년은 십 년, 이십 년 후의 대한민국의 출생률을 결정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 백년대계 차원에서 여가부 존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 정책의 선순환만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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