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영화 ‘복지식당’...“나는 중증장애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시사회] 영화 ‘복지식당’...“나는 중증장애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 기자명 박영선 인턴기자
  • 입력 2022.04.07 12:37
  • 수정 2022.04.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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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각지대 조명, “우리 모두에게 좋은 복지란 무엇인가 고민”

(사진=6일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영화 '복지식당' 언론배급시사회)
(사진=6일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영화 '복지식당' 언론배급시사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장애인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영화 '복지식당'이 장애인 사각지대를 비추며 현 사회에 묵직한 메세지를 던졌다.

영화 ‘복지식당’은 6일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개봉을 준비중이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서태수, 정재익 감독과 함께 조민상, 임호준, 한태경, 송민혁 배우가 자리해 이야기를 나눴다.

‘복지식당’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주인공이 생존과 자립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재기’의 일상과 더불어 장애등급제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장애인 내부 사회의 갈등을 드러냈다. ‘복지식당’은 제4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제16회 런던한국영화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진정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현시점에 우리 사회가 함께 봐야 할 영화로 지목됐다.

정재익 감독은 주인공과 같은 상황을 경험한 후천적 장애인으로,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영화 안에 사실적으로 녹여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감독의 협업이라는 점도 영화 제작에 의미를 더했다. 제작 당시 많은 이들의 만류가 있었다는 서태수 감독은 개봉 자체가 불확실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정재익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고하며 “한 영화제작 워크숍에서 만난 장애인 참여자 중 유난히 열정적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정재익 감독이었다. 당시 감독님이 쓴 수필 형식의 글을 보고 그 열정에 놀랐고 영화 제작을 꼭 도와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사진=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복지식당’은 장애등급제도의 모순과 마땅히 받아야 할 복지를 누리지 못한 장애인들의 현실을 꼬집는다. 장애등급제는 장애를 의학적 사태에 따라 1~6등급으로 분류하는 제도다. 영화의 주인공 ‘재기’는 중심을 잡을 수 없어 걷지 못하고 왼손 사용이 불가능함에도 심사에서 5등급을 받았다. 경증장애인에 속하는 5등급은 장애인 콜택시, 휠체어 할인, 취업 지원 서비스 등 자립을 위해 필수적인 복지를 제공 받을 수 없다. 이처럼 모순을 지닌 장애등급제도는 사회적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중심으로 기준을 확립해 정작 장애인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며 2019년 폐지됐으나, 개편된 기준안도 허울만 강조된 채 이전 제도와 큰 틀을 공유한다.

이전 장애등급제도는 처음 판정을 받으면 영구 유지된다. 등급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이 필요하다. 이는 장애인에게 굉장히 힘든 과정이다. 주인공 ‘재기’ 또한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고투하고, 이는 결국 결정적인 문제 상황에 처하는 계기가 된다. 두 감독들은 이 지점을 파고들면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주인공의 누나 역을 맡아 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연기한 배우 한태경은 “정재익 감독님의 장애등급은 여전히 4등급이다”라며, “나 또한 장애인등급제, 관련 시설 등 많은 문제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비장애인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출연진은 이날 비장애인으로서 영화에 참여했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재기’역을 맡은 배우 조민상은 “평소 장애인 사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정재익, 서태수 감독님 의 관계나 장애인 스태프 분들을 보면서 장애-비장애인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전했다. 장애등급제도의 허점을 통해 원하는 등급을 받아낸 인물 ‘봉수’를 연기한 배우 송민혁은 “촬영 중 정재익 감독님의 이동 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세 시간 동안 함께 기다렸다. 밤 9시 이후에는 제주도 전체에서 오직 한 분의 택시 기사님만이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한다”며 비장애인으로서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사진=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사진=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특히, ‘복지식당’은 장애인 내부 사회를 리얼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같은 주제를 다룬 여타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편법으로 장애인 등급을 받는 것에 능숙하며, 이를 모르는 장애인들을 속이는 ‘병호’가 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다. 그는 장애인들 사이에서 약자와 강자를 나누며 기득권인 양 행동한다. 병호 역을 맡은 배우 임호준은 “정재익 감독에게 병호 같은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충격이었다”며, “병호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현실적인 인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밝혔다.

서태수 감독은 병호라는 인물을 통해 재기의 어려움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장애인도 똑같다. 권력자가 있고 착취당하는 사람이 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재기가 왜 법적으로 중증 장애인이 되어야만 하는가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현재 장애인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맞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원에서 병호는 장애인 사회에서 빌런과 같은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의견이 대립하며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정재익 감독은 “정책적인 부분에서 잘 협의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태수 감독은 “정치권에서 계속 이 일을 이슈화 시켜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이동권 운동이 비장애인에게는 불편한 상황일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 라고 말했다.

 

(사진=영화 '복지식당' 포스터, 필앤플랜 제공)
(사진=영화 '복지식당' 포스터, 필앤플랜 제공)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수준은 그 나라 문명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장애인도 이동, 일자리 장벽 없이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내용이다. ‘복지식당’의 프롤로그는 “국민은 희망을 꿈꿀 의무가 있고 정치는 답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이다. 비장애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구를 통해 영화는 복지국가로 나아갈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현실을 밝힌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아우른 ‘복지식당’ 제작진의 협업과 이들의 투박한 진심이 큰 울림을 선사한다. 날카로운 현실을 스토리와 영상을 통해 풀이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곧 영화가 가진 힘이다. ‘복지식당’은 이 힘을 충분히 발휘하여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전환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재익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서태수 감독이 장애인 사회에 직접 몸담으며 느낀 경험을 담은 영화 ‘복지식당’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용산=박영선 인턴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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