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세인트패트릭데이와 코리안아메리칸데이

[특파원칼럼] 세인트패트릭데이와 코리안아메리칸데이

  • 기자명 로창현 특파원
  • 입력 2022.03.21 09:2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특파원] 지난 3월 17일 뉴욕 맨하탄에서 볼만한 연례 행사가 펼쳐졌다. 바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St. Patrick's Day) 페스티발이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아일랜드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패트릭이 선종한 날을 기린다. 이날이 되면 아일랜드는 물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이리쉬들이 초록색으로 치장하고 아일랜드 전통 맥주 기네스를 마시며 축제를 즐긴다. 원래 성 패트릭과 관련된 색상은 파란색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토끼풀의 색인 녹색과 연관을 짓는 전통이 생겼다. 토끼풀은 삼위일체를, 초록색은 아일랜드의 국기를 상징한다.

미국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주류 이민자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아일랜드계는 3147만 9232명으로 아일랜드 본국 인구보다 6배나 더 많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종인 독일계는 무려 4640만명에 달한다. 독일계의 경우 정체성이 거의 사라져서 미국화가 되었지만 아일랜드 대기근때 수백만명이 이주한 아일랜드의 경우는 지금도 아일랜드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그들이 가장 부각되는 행사가 바로 성패트릭데이 축제로 특히 명물로 꼽히는 뉴욕 맨하탄 퍼레이드는 거의 모든 아일랜드계가 쏟아져 나온게 아닐까 생각될만큼 초록의 물결로 바뀐다. 아일랜드인 하면 엄청난 술파티가 언급되는데 이날 새벽 6시부터 문을 여는 아이리쉬 펍(Pub)에선 부어라 마셔라 세상 끝난듯 술을 들이키는 아일랜드 술고래들로 넘쳐난다.

올해 열린 축제가 뉴요커들 모두에게 반가웠던 것은 코로나팬데믹 이후 처음 성사된 대면축제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1773년 이래 계속된 성패트릭데이 축제는 미국내 소수민족 행사 중 단연 최고, 최대다. 뉴욕에선 1962년부터 맨하탄에서 퍼레이드 축제가 펼쳐졌는데 안타깝게도 2020년과 2021년엔 코비드19 사태로 공식행사가 취소되었다.

 

17일 뉴욕 맨하탄에서 열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축제에서 초록색으로 치장한 연도의 시민들 (사진=AP 연합뉴스)
17일 뉴욕 맨하탄에서 열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축제에서 초록색으로 치장한 연도의 시민들 (사진=AP 연합뉴스)

 

3년만에 재현된 이날 퍼레이드는 맨하탄 중심도로인 5 에버뉴에서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한 각각의 단체들이 전통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는 등 볼거리로 가득했다. 봄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도로 주변의 시민들도 초록색 모자와 안경, 비즈목걸이, 페이스 페인팅, 티셔츠, 심지어 손톱까지 초록색으로 치장하며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비단 아이리쉬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있음을 알리는 이날 축제에 흥겹지 않을리 없었다.

이같은 비중의 성패트릭데이가 미연방정부가 공인한 최초의 소수민족 기념일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럼 미국의 두 번째 공식 소수민족 기념일은 어느 민족일까. 자랑스럽게도 바로 우리 한인들이다. 지난 2005년 12월 미연방 상원은 'Korean-American Day'(미주한인의날) 기념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1903년 1월 13일 하와이로 102명이 노동 이민을 떠난 이래 한인사회가 지난 100여년간 미국 사회에 공헌한 점을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270여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이민자의 나라다. 역사도 짧고 숫자도 많지 않은 한인사회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소수민족 기념일을 부여받은 것은 우리 민족의 남다른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비유럽 소수계로 가장 인구가 많은 히스패닉의 경우, 해마다 5월 5일 열리는 '싱코 데 마요(Cinco de Mayo)'라는 멕시코 축제가 가장 유명하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기념하지는 않는다. 우리보다 이민역사가 70여년 빠르고 아시아계 최대인 중국계(410만명)와 인도(400만명) 필리핀(290만명)도 마찬가지다.

특히 뉴욕에선 해마다 10월 열리는 코리안아메리칸 퍼레이드가 뉴욕의 10대 퍼레이드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 애비뉴 38~27가 구간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는 오색 꽃차와 마칭밴드, 풍물패 등이 어우러진 채 연도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는다.

퍼레이드엔 한인단체와 학교 기관 등은 물론, 뉴욕시 마칭밴드와 뉴저지 공립학교, 타민족 단체들도 함께 어울리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꽂은 모토사이클 팀도 가세한다. 한인들을 중심으로 여타민족까지 아우르는 범민족 축제로 승화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안퍼레이드 역시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지장을 겪었지만 올해는 예년과 같은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 가을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