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미라클’(miracle). 아프카니스탄에서 지난 8월 우리 정부와 기관을 도운 현지인 조력자와 그 가족들 390명을 국내로 이송한 군 수송 작전명이다. 수도 카불이 혼란에 빠지자 우리 군은 공군 수송기 3대를 아프카니스탄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으로 급파해 구조에 성공했다. 한국과 파키스탄이 수교 38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파키스탄의 전통·음식·관광문화와 문화교류, 한국과 파키스탄의 민간·외교와 그 전망을 매주 1회씩 싣는다(편집자 주).
파키스탄은 남아시아에 위치한 국가이다. 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특징을 지니는데 길기트발티스탄의 가장 높은 산, 발루치스탄의 해안 지역에서 펀자브와 카이버 파크툰크와 같은 관개지까지 다양한 지리적 특성을 지닌다. 언어, 민속, 의상, 요리, 문화의 다양성도 이와 연관된다.
파키스탄에서 전통과 문화의 상호작용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족 문화의 두 가지 특징인 우르두어와 국교인 이슬람은 무슬림 연맹이 파키스탄을 다수 무슬림 국가로 만들기 한참 이전부터 존재했다.
파키스탄은 60개가 넘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그 중 75%가 우르두어를 사용한다. 우르두어는 모국어이자 이슬람교도의 상징, 국가의 공통 언어인 프랑크푸르트어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인구의 95% 이상이 무슬림일 만큼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슬람 대국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독립기념일은 8월 14일이다. 1947년 6월 3일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할이 선포, 8월 14일 파키스탄의 독립이 선언됐다. 인도-파키스탄 양국이 분리되어 독립, 기존에 독특한 지역 문화와 함께 민족 문화가 발전하도록 하기 위한 산발적인 시도가 있었는데 적대감 등으로 인해 국가 건설 과정에 장애물이 됐다.
민족 분열에 따라 지역보다는 국제성이 강한 도시 문화가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 매체와 해외 교육을 통한 세계화는 국경 내 다양한 문화들을 만들어냈고 코로나19는 디지털 시대로 도약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펀자브이 마을에 있는 예비 학교의 한 아이에서부터 일본 다국적 협력의 최고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세계로의 사회화는 빠르게 진행, 이전에 알던 현실 세계는 더 모호해졌다.
인류 역사상 오랜 시간 동안 수백만 명의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이 도래하면서 인간 위계질서와 국경을 초월, 전 세계 모두가 평등해졌다. 디지털 미디어의 민주화는 이미 확립된 사회, 경제 및 정치 질서에 위협을 가하고 그들만의 통치 구조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서구 자본주의와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의 헤게모니가 늘어나면서 파키스탄의 전통과 문화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적 유산의 보고인 파키스탄 문화의 고유성이 빠르게 고갈되고 과거의 전통에 대한 문화적 지식 역시 줄어들고 있다. 5000년 이상 된 파키스탄의 국가 문화유산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알라딘의 아내와 같은 허구적 캐릭터처럼 서구 문화의 반짝이는 신제품의 유혹에 이끌려 오래된 마법 램프를 팔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거의 상실됐다. 파키스탄의 정책 입안자들이 문화를 전략적 차원, 즉 지방 사회의 유대감을 높이고 공고히 하지 않는 한, 문화와 전통을 되살릴 수 있는 알라딘의 램프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글: DR. 나딤 오마르 타라르(이슬라마바드의 문화 및 개발 센터(C2D) 인류학자 겸 파키스탄 사회 과학 위원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