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남극서도 신선한 채소 수확해요”

“혹한의 남극서도 신선한 채소 수확해요”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09.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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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 본격 가동 5월 첫 파종 시작… 월동 연구대원들에 쌈·무침·주스 등 다양한 요리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최저기온 영하 25.6℃의 혹한인 남극에서도 신선한 채소를 이용한 된장찌개와 달콤한 수박화채를 즐길 수 있다. 직접 채소 재배가 가능한 실내농장 덕분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에서 재배 중인 청상추(농진청)
남극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에서 재배 중인 청상추(농진청)

농촌진흥청과 극지연구소는 최근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보낸 실내농장이 본격 가동됐다”라며, “현지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실어 보냈던 실내농장은 올해 1월 중순 현지에 도착했다. 이후 2~4월 설치 및 시운전을 마치고, 5월 7일 첫 파종을 시작했다.

현재 17명의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은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다. 특히 쌈은 물론 찌개나 국, 무침, 주스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 중이다.

10년 전 보낸 실내농장이 상추 등 잎채소만 재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보낸 실내농장은 오이와 애호박, 고추, 수박 등 열매채소까지 동시 재배 가능하도록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서 상추 등 잎채소는 6월부터 매주 1~2kg을 수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처음 재배를 시도해 염려가 많았던 열매채소도 성공적으로 수확 중이다. 오이·애호박·고추는 7월 중순부터, 수박·토마토는 8월 중순에 수확하고 있다.

해당 실내농장은 발광다이오드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농진청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실내농장 내부의 재배 환경과 생육 상황을 영상으로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다. 남극 대원들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시로 컨설팅하기 위함.

본래 남극세종과학기지에 연평균 4차례 중간 보급이 실시되고 있었으나,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신선 채소는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칠레 등 인접 국가 및 주변 기지와 왕래가 중단되면서, 6개월 넘게 기지에서 신선 식자재를 구경할 수 없었다. 농진청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두 번째 실내농장을 보내게 된 이유다.

허태웅 농진청장은 “실내농장에서 수확한 신선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고, 건강과 영양을 잘 챙길 수 있기 바란다”라고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앞으로 실내농장 관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운 극지는 물론, 사막 등에 실내농장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대원들이 신선 채소를 자주 먹게 되면서 기지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이 실내농장에서 농작물 재배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도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 나라의 83개 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실내농장을 구축한 연구기지는 미국에 이어 남극세종과학기지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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