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밝은 미래를 외친 女 농구, 이번엔 진짜 희망이 보인다

[도쿄올림픽] 밝은 미래를 외친 女 농구, 이번엔 진짜 희망이 보인다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1.08.02 10:3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전주원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전주원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밝은 미래를 봤다." 여자농구 조별예선이 끝난 후 대표팀을 향한 평가다. 상투적인 평가일 수 있지만 이번엔 정말 밝은 미래를 봤다.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예선 A조 3차전에서 61-65로 패배했다. 한국은 조별예선을 3연패로 마감했다. 

13년 만에 나서는 올림픽 무대는 조 편성부터 험난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2위 스페인, 3위 캐나다, 8위 세르비아와 한조에 묶여 실질적인 목표는 1승이었다. 올림픽 여자농구는 12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른다. 각 조 2위는 8강에 직행하고 각 조 3위끼리 성적을 비교해 두 팀이 8강 티켓을 얻는다. 조별예선에서 1승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너무 났기 때문에 승리를 기대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늘 그렇듯 20점차 이상의 대패만 아니길 바라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원 감독과 대표팀 선수단은 주변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첫 경기 스페인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평가전도 치르지 못했고 힘든 상황 속에서 올림픽을 준비했지만 현대 농구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전술적인 대응이 완벽했다. 스페인전에서는 높이에 대한 열세를 인정하고 미드레인지 공략을 이어갔고 캐나다 전에서는 돌파와 3점슛을 기반으로 반격에 나섰다. 세르비아전에서도 상대의 앞선 활동량에 당황했지만 평소보다 일대일 비중을 높여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전주원 감독은 상대에 따라서 전술적인 변화를 확실히 가져갔고 이를 선수들이 실전에 적용을 하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코치 경력은 많지만 사령탑으로는 데뷔전을 치른 전주원 감독은 스몰라인업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결단도 보여줬다.

물론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스페인에 69-73, 캐나다에는 53-74로 졌다. 캐나다전을 제외하면 유럽의 세계적인 강호들과 호각세를 이루며 그들을 당황시켰다. 캐나다전도 전반까지는 대등한 싸움을 이어갔다. 

한국 여자농구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정체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망주 수급이 어려워 갈수록 좋은 인재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지원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였기 때문에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한 박지수는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이며 아시아 최고 빅맨의 위력을 보여줬다. 성인 대표팀 경력이 적은 박지현과 윤예빈도 겁없는 신예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기존 대표팀 주축들인 박혜진, 김단비와 호흡을 자랑했다. 3점슛이란 확실한 무기에 비해 다른 것이 약했던 강이슬도 이번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의 활약에 적장도 적지 않게 당황을 했다. 세르비아 마리나 말코비치 감독은 "아시아 농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역시 굉장히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리우 대회 때와 도쿄 대회에 참가한 팀들은 질적으로 다르다"라고 말하며 한국의 활약을 인정했다.

이들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지원이다. 국제무대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줬기에 이를 더욱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도 조별예선 3경기를 끝낸 후 친선경기 등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 해주는 상황을 반복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가능성을 보였다면 적극적인 투자를 해줘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몫이다. 

전주원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우리 생각보다도 강하다. 그동안 여자농구가 20년 가까이 이렇다 할 국제 대회 성적이 없었지만 이게 시작의 단계"라고 밝은 희망을 얘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