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서민주거안정 대신 땅투기 택한 LH

<김주언 칼럼> 서민주거안정 대신 땅투기 택한 LH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1.03.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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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에 정부여당이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1년 뒤에 치러질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휘발성이 강해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도높은 조기진압에 나선 것이다. 정세균총리는 “위법 이전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을 포함시킨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여당은 사태해결에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법이 허용하는 수단은 물론, 상상을 벗어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동산관련 공공윤리의식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가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민주당도  국회의원 및 보좌진,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해당택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소유경위와 자금조달 방법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LH 직원들의 땅투기의혹은 시민사회 고발로 촉발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LH 직원 여러명이 지분을 나눠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배우자 가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필지 2만3028㎡(7000평)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3기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된 농지였다. LH 직원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농사를 짓기 어려우므로 투기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해당농지는 수용보상금이나 다른 토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투기의혹을 받는 LH직원 일부는 보상업무를 맡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토지 매입금의 절반 이상인 58억원을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했다. 시민사회는 개발정보와 토지보상에 밝은 직원들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투기목적으로 사전매입한 의혹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땅을 산 뒤 지분 쪼개기에 나섰다. 1000㎡이상의 땅만 가지면 대토보상 대상이 되기 때문에 큰 필지의 땅을 규정에 맞게 나눈 것이다. 더구나 신도시 발표직후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했다.
신규택지 주택공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투기차단이다. 개발예정인 신도시가 투기판으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예정지역은 물론 주변지역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지역은 과거 개발제한구역으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취소된 이후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돼 왔다. 따라서 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매입하면 된다. 투기방지를 위한 법제의 허점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LH 직원들은 피해갈 수 있다.
이들이 업무상 비밀을 활용해 개발이익을 챙겨도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의 투기를 처벌하는 법은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이다. 유죄를 판단하려면 업무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부패방지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 공공주택특별법은 5년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LH 임직원 행동강령(26조 직무관련정보를 이용한 거래등의 제한)도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토지거래만 제한하고 있다.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업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도 크다. 신도시 지정 관련 업무만 하지 않으면 개발예상 지역에 투자하고, 택지개발 관련기관에 종사하면서 얻은 전문지식을 이용해 개발이익을 챙겨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현행법에 투기행위에 대한 몰수규정도 없다. 일부 직원들의 반응은 이를 대변한다. LH의 공식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반발했다.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LH는 국민께 충격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머리숙여 사죄했다. 이와함께 정부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부서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때 관련부서 직원과 가족의 토지소유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신고하지 않았거나 위법거래가 확인되면 인사상 불이익도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보고 뿌리깊은 부패구조를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투기의혹이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은 “신도시 투기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서 발본색원하라”고 추가로 지시했다. 제도개선책도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고 했다.
문대통령은 이와함께 광명 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전수조사 대상은 국토부와 LH, 경기도개발공사 등 공공기관과 3기 신도시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3기 신도시는 광명시흥 외에 남양주 하남 인천계양 고양 부천 등 모두 6곳의 신도시(면적 330만㎡이상)와 과천과 안산 등 2곳의 택지지구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은 뒤늦었지만 ‘LH 투기방지법’을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금융범죄와 마찬가지로 공직자의 부동산투기 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부동투기 이익에 3~5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민주당에서는 ‘LH 투기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LH 등 공공기관 직원의 정보누설 등에 대해 1년 이상 징역과 3~5배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이득은 몰수 또는 추징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LH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이다.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은 기관설립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어쩌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속담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제 단순히 LH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국토부와 경기도 등 지자체 공무원들의 연루여부도 드러날 것이다. 공공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공직자들은 이미 자격을 상실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집없는 설움에 시달리는 서민은 그저 답답한 가슴을 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뒤늦게 개선책 마련에 나선 것은 전형적 ‘뒷북치기’로 치부할 수 있다. 개발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공직자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투기행위를 사실상 현행법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들의 투기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자본시장법처럼 부동산시장에도 내부자의 투기행위를 막을 수 있는 강도 높은 법 개정은 시급하다. 소급입법 금지로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기 어렵더라도 개발정보를 악용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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