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출렁출렁 어루만지는 애잔하게 흐르는 ‘바다 숨결’

아픈 역사 출렁출렁 어루만지는 애잔하게 흐르는 ‘바다 숨결’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0.11.24 06:41
  • 수정 2020.11.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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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111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도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강화군은 1895년 군소재지가 됐고 100년의 세월이 흐른 1995년에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통합됐다. 강화도는 강화군에서 가장 큰 섬이다. 강화군에는 11개 유인도와 17개 무인도가 있다. 강화군 면적은 293㎢, 남북 길이는 30㎞, 동서의 길이는 12㎞, 해안선 길이는 99㎞다.

강화군은 강화 나들길, 해안길, 어촌체험, 탐조마을 조성 등 관광산업에 주력하는 테마 관광 섬 가운데 하나다. 강화도 여행은 주제별 코스에 따라 이동하는 게 좋다. 섬이 아주 넓기 때문이다.

강화도 전경
강화도 전경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468m의 마니산으로 정상에서 강화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강화도는 김포반도와 연결됐다가 오랜 침식작용에 구릉성 섬으로 분리됐다. 이후 한강과 임진강에서 유출된 토사가 쌓여 다시 김포반도와 연결됐는데, 한강 물줄기가 갈라지며 김포와 강화 사이 해협이 생겨 다시 섬이 됐다.

반농반어촌인 강화도는 유기농의 터전이다. 죄다 갯벌 간척지다. 강화도 벌판과 바다는 평화롭고 애잔한 숨결이 흐른다. 해안선마다 굴곡진 우리 역사의 현장을 마주한다. 툭 트인 길인가 싶으면 다시 굴절되는 모퉁이에 돈대가 있다. 강화도는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400년경 고구려 영토였고 몽골항쟁의 근거지였으며 조선시대 병인양요·신미양요의 격전지였다.

밴댕이무침
밴댕이무침

과거는 아픔의 현장이었고 현재는 전망 포인트 역할도 한다. 기후가 온화한 강화도는 남서부에 동백나무 등 난대림이 자생한다. 특산물로 인삼·화문석·순무가 유명하다. 산세가 험준하지는 않으면서 간척사업으로 벼농사가 활발하다. 민어, 밴댕이, 새우, 꽃게, 조개류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마니산은 민족의 영산이다. 첨성단의 단군이야기가 서린 곳으로 918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서해의 올망졸망한 섬과 아기자기한 들판과 바다, 섬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참성로~단군로(왕복 2시간), 참성로~함허동천~정수사(왕복 2시간 30분), 참성로~선수(왕복 4시간) 코스가 있다.

39년 동안 몽고에 대항했던 강화도는 몽고가 침입하자 천도해 고려궁지를 지었고, 2차 침입에 대항해 강화산성을 지었다. 병자호란 때 파괴돼 다시 지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우리 수비군들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 침략에 화포를 쏘며 맹렬히 대항했던 곳이 초지진이다.

강화도 북일곶돈대(사진=강화군 제공)
강화도 북일곶돈대(사진=강화군 제공)

곳곳에 포탄 자욱이 선명한 돈대 중앙에는 대포 1문과 아직 죽지 않는 노병의 기개로 한 그루의 노송이 의연하게 서있다. 그날의 함성도 갯바람에 흩날리는 듯 했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지역에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시설이다. 병사들은 돈대 안에서 경계근무를 서면서 외적의 동향을 살피고 적이 침략하면 돈대 안에 비치된 무기로 방어전을 펼쳤다.

육군박물관 유적조사보고 제6집 ‘강화군 군사유적 지표조사보고서(돈대편)’ 등 관련 자료에 따르면, 1679년(숙종 5) 5월에 48개 돈대가 만들어졌고 이후 5개 돈대가 추가됐다. 48개 돈대는 황해도·강원도·함경도 승군 8900명과 어영청 소속 어영군 4262명이 80일 동안 쌓았다고 전한다.

본오리 돈대는 초지진 외곽포대로 경상도 군위어영 군사 8000여명이 축조했는데 조망 범위가 매우 넓고 자연지형을 이용해 축조한 반달형 평면을 이룬 점이 특징이다. 북일곶돈대는 48개 시야각이 매우 넓어 경계 초소로서 탁월한 위치이다. 외포리 삼암돈대는 조선시대 17세기∼18세기에 해안을 따라 6개의 진과 7개의 보, 9개의 포대와 함께 53개 돈대가 설치됐는데 그 중 하나다. 다른 것과 달리 둥글게 쌓았고 대포를 올려놓는 받침대가 4곳 있다. 성 위로 낮게 쌓은 담이 55개 있었으나 모두 사라지고 그 흔적만 남았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35호다.

연개소문이 태어났다는 전설의 고려산 아래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120여 기가 산재한다. 강화도 고인돌축제는 청소년들에게 생생한 역사체험의 장으로 각광받고, 가을에 고려산 억새밭이 장관이다. 이곳 일몰은 강화 8경 중 하나다.

삼랑성 전등사 가는 길
삼랑성 전등사 가는 길

마니산 반대쪽에 정수사가 있다. 산문(山門)으로 들어서는 울창한 숲이 매우 아름답다. 절 이름처럼 물이 맑은 샘이 마당에 있어 표주박으로 한 모금 마실 찰나에 물에 어리는 산세가 한 폭의 그림이다.

천년고찰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랑성으로 둘러싸였다. 정족산성이라고 부른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양현수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160여명의 프랑스군을 무찌른 곳. 동문 안에 양현수승전비가 있다. 전등사 감상은 동문 입구부터가 볼거리다. 타원형의 성문으로 보이는 숲 풍경도 한 풍경 한다.

비좁은 대웅보전은 보물이다. 대웅전 추녀 틈새를 유심히 바라보면 회귀한 조각상이 있다. 어느 시인은 이 풍경을 순정을 배반한 나부(裸婦)상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이는 귀신을 쫓는 동물상, 어떤 이는 처마를 버티고 선 재치와 익살스런 서민의 모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전등사 느티나무 전경
전등사 느티나무 전경

전등사 왼편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황산도가 있다. 천연기념물 저어새 서식처다. 앞 바다로 동검도, 세어도, 신도, 시도, 모도, 영종도가 보인다. 포구에 서해바다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하고 즉석요리도 즐길 수 있는 어판장이 있다.

강화도는 수도권의 걷기여행 명소 중 하나다. 제1코스는 심도로 가는 길. ‘심도’는 한때 수도였던 강화도 옛 지명 심도(沁都)를 뜻한다. 강화도 중심부를 가로 지르며 고려, 조선, 근현대사에 이르는 역사 흔적을 되새김질케 한다. 그렇게 용흥궁공원~용흥궁~강화읍성공회 성당~고려궁지~은행나무~한옥마을~강화향교~은수물~북문~북장대~오읍약수~대월초등학교~황형장군묘~월곶리 갈림길~연미정까지 3시간 30분~4시간 소요된다.

황산도
황산도

제2코스는 바닷가 돈대길. 15㎞ 구간으로 강화역사관~용진진~용당돈대~화도돈대~오두돈대~광성보~온수천 코스로 4시간 30분 소요된다. 제3코스는 고려 왕릉길. 16.2㎞ 구간으로 온수리버스터미널~전등사~삼랑성~우일각~온수리성공회성당~길정저수지~곤릉~석릉~가릉까지 5시간 30분~6시간 소요된다. 제 4코스는 아름다운 노을 길. 10㎞ 구간으로 가릉~능내리~석실분~능내동길~하일동길~정제두묘~하우약수터~이건창묘~건평나루~건평쉼터~건평돈대~정포동길~새우젓시장~망양돈대~외포리터미널까지 3시간 소요된다.

강화해안순환도로는 바닷가를 둘러보며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강화대교~강화역사관~광성보~덕진진~초지진~함허동천~강화갯벌센터~마니산~고인돌~연무당옛터(서문)~고려궁지~용흥궁 등이다.

역사 체험을 걷기라면면 강화관광플랫폼(종합관광안내소)~고려궁지~대한성공회강화성당~용흥궁~ 소창체험관~조양방직(신문리미술관) 코스가 강화도 축소판인 셈이다. 주변 섬을 연계코스로는 석모도, 교동도, 볼음도, 주문도가 있다.

강화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올림픽대로개화IC(48번국도)→김포→강화읍(김포공항-강화군청50km), 대중교통은 서울은 신천역, 영등포역, 김포공항에서 버스가 운행한다. 인천 터미널, 부평역, 안양역에서도 버스가 운행한다. 문의: 강화군청 문화관광과(032-930-3124)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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