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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보수정권에 밉보인 전교조, 7년만에 족쇄 풀려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0.09.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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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7년만에 법외노조의 족쇄가 풀렸다. 해직교원 9명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무효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법률위임 없이 행정처분할 수 있도록 한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은 노동3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시했다. 노조설립신고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관청이 ‘노조아님’을 통보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대법원은 4년7개월만에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원심은 2016년 “교원노조법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외노조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2013년 10월24일 전교조에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노조규약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교원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한 일방적 통보였다. 전교조가 이에 불응하자 노동부는 “노조아님” 통보를 팩스로 보냈다. 전교조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법외노조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이 세차례 인용되면서 전교조는 잠시 법적 지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서울고법이 “법외노조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4년7개월째 법외노조 다툼을 이어왔다.

대법원 판결요지는 간명하다. 시행령에 규정된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법률유보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반드시 국회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외노조 통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1987년 11월 폐지된 노조해산명령 제도와 다름없는 제도”라고 밝혔다.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행정관청이 노조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한 옛 노조법이 폐기된 뒤 정부가 시행령으로 되살려낸 조항이다.
노동부는 판결직후 “노조아님 통보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전교조 정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부도 전교조가 법정노조 지위를 회복하는 대로 직권 면직된 교사들의 복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복직명령을 따르지 않아 해직된 교사는 34명에 이른다. 이중 1명은 2018년 정년을 넘겼다. 전교조는 “마침내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었다”며 환호했다. 전교조는 “지난 31년의 전교조 역사가 증명하듯 시대와 호흡하며 박수받는 전교조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교조는 1989년 2월28일 창립 이후 보수정권의 혹독한 탄압에 시달렸다. 전교조가 결성되자마자 노태우정권은 불법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가담교사들을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4월에는 이른바 ‘의식화 교사’ 31명을 내사중이라며 방해공작을 펴기 시작했다. 몇몇 교사는 강제로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전교조는 다양한 교사모임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조직을 사수했다. 그러나 민주화이후에도 해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내 김대중정부 들어 1999년 7월1일 교원노조법의 시행으로 합법화했다.
재등장한 보수정권은 또다시 눈엣가시였던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다. 이명박근혜정권은 전교조가 보수세력의 장기집권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전교조 교사들이 미래세대들에게 의식화 교육을 통해 비판의식을 심어준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 등 보수적 교육정책에 딴죽을 걸고 나서 미운 털이 박히기도 했다. 이명박근혜정권은 지속적으로 전교조를 탄압했다. 전교조에 ‘노조아님’을 통보한 건 박근혜정권이다. 하지만 이를 기획하고 추진한 건 이명박정권이다.   
이명박정권의 원세훈 국정원이 전교조 죽이기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국정원은 2010년 1월  청와대에 “해직자 노조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어 보수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에 전교조의 교원노조법위반규약 비판여론을 조성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단체는 노동부에 ‘전교조 설립취소 검토요청’ 공문을 보내고, 노동부는 “교원신분을 상실한 사람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린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관변단체들에 1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명박정권이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것은 집권초기 정권에 위기를 불러왔던 광우병 촛불집회 때문이었다. 어린 여학생들이 광우병 집회를 촉발시켰다고 믿었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실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전교조가 배후 조종했다고 착각하면서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권은 어거지로 해직자를 양산시켰다. 민노당에 5000~1만원을 후원하거나 정부비판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며 교사들을 해고했다. 이를 빌미로 법외노조통보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교조는 양승태 사법농단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양승태 대법원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정권의 ‘전교조 죽이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가 2014년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집행정지관련 검토문건’에 잘 드러나 있다. 서울고법이 법외노조통보 처분 효력정지를 결정한 뒤 노동부가 재항고해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작성된 문건이다. “고법의 효력정지 인용후 청와대에서 불만을 표시하였다는 후문”, “재항고인용 결정은 양측에 윈윈이 될 것.“  대법원이 박근혜정권의 손을 들어주자는 노골적 주장이다. 
대법원이 본안소송에도 개입한 정황이 있다. 앞의 문건에는 본안사건 처리와 관련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 정기인사에서 해당재판장 교체 가능성이 높다”, “결론은 차기 해당재판부가 자연스럽게 도출하면 될 것이다” 등의 표현이 들어 있다. 실제로 재판장이 바뀐 뒤 후임재판부가 전교조패소 판결을 했다. 양 대법원장의 박근혜 대통령 면담에 대비해 만든 자료에는 “사법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파기환송을 예로 들기도 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실업상태인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해고로 실업상태에 놓인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노동조합의 활동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범위를 노조가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단결권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이는 ILO(국제노동기구)가 회원국이 반드시 비준해야 할 기본협약(제87호 제98호)으로 규정한 국제적 기본규범이다. ILO는 그동안 수차례 해고자를 전교조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한국정부에 권고해왔다.
한국은 1991년 ILO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중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에 관한 제87·98호와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제29·105호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았다. 특히 EU(유럽연합)와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의 ILO핵심협약 비준노력 조항을 근거로 분쟁해결절차가 진행중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비준안과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정부는 4개 핵심협약 가운데 제87·98·29호 등 3개 협약을 비준하기로 하고 21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정부가 마련한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들은 산별노조에만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내 생산 및 주요업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금지했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가입자격은 노조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노조가입법위를 확대해 6급이하로 제한한 직급기준을 삭제하고 소방공무원과 퇴직공무원의 노조가입을 허용했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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