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역대 최고'가 어울리는 남자, 양동근

프로농구 '역대 최고'가 어울리는 남자, 양동근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0.04.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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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사진=KBL)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이 17년 간의 프로 생활을 뒤로한 채 은퇴한다. 양동근이 기록한 업적은 KBL 역대 최고 선수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은 31일 프로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지난 2004년부터 KBL 코트를 누볐던 그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KBL 레전드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양동근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모비스는 2003-2004시즌 도중 전주 KCC와 외국선수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함께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주저없이 양동근을 지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심장이 될 선수가 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서 KC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유다. 양동근과 현대모비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드래프트 당시만 하더라도 양동근의 평가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유재학 감독이 "(양)동근이가 드래프트 될 당시엔 특 A급 선수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가드로서 갖춰야할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데뷔 시즌에 신인상과 수비 5걸을 거머쥐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포인트가드'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 당시 평가였다.

하지만 양동근은 자신의 둘러싼 평가를 노력과 성실함으로 이겨냈다. 데뷔 시즌부터 은퇴가 다가온 현재까지 현대모비스에서 운동량이 가장 많은 선수는 여전히 양동근이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훈련을 주도했다. 코트 위에서는 항상 모든 것을 쏟아냈다. 프로농구 역사상 양동근 만큼 공수 양면에서 높은 공헌도를 자랑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특히 수비에서 보여주는 헌신적인 모습은 현대모비스의 수비 시스템에 기초가 됐다. 데뷔 이래 현재까지 수비에서 가장 확실했고 꾸준했다.

(사진=KBL)
(사진=KBL)

승부처에서는 누구보다 대담했다. 큰 경기나 접전 상황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빅 샷'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챔피언결정전이나 플레이오프, 정규리그를 가리지 않고 승부처에서 강심장을 자랑했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했다. 올 시즌에도 양동근의 해결사 본능은 여전했다. 

플레이가 화려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양동근은 팀을 이기게 할 줄 아는 선수였다. 이것은 현대모비스가 양동근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6번이나 이뤄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양동근이 있었기에 현대모비스 왕조도 탄생할 수 있었다.

양동근은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통산 665경기에 출전해 평균 11.8득점  2.9리바운드 5.0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화려한 기록은 아니지만, 매 시즌 꾸준히 이런 기록을 만들어냈다. 

사실, 양동근을 두고 재미없는 선수라는 평도 있었다. 공식 인터뷰 석상에서는 항상 정석적인 대답을 했다. 그만큼 양동근은 튀지는 않았다. 하지만 꾸준했고 성실했다. 또,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지만 최고가 아니라고 말하는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17년 동안 구설수없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양동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나름대로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면, 6라운드 동안 등번호 33번을 달고 뛸 계획이었다. KBL의 승인도 받은 상태였다. 선수로서 친구로서 많은 도움을 주고 받았던 故 크리스 윌리엄스를 추억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무산됐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기억하기 위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양동근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팬들도 아쉬운 반응이다. 김주성 코치가 현역 시절 마지막 시즌에 은퇴 투어를 했던 것처럼, 팬들도 양동근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됐다. 팬들이 양동근의 은퇴를 유난히 아쉬워하는 이유다. 심지어 그의 마지막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팬들이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어 아쉬움이 더욱 크다.

KBL에서 가장 꾸준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던 양동근이 떠났다. 이제 현대모비스 6번이 코트를 누비는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다. 벌써부터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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