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다시 발휘되고 있는 ‘국민의 힘’

<김성의 관풍(觀風)> 다시 발휘되고 있는 ‘국민의 힘’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03.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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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1주년인 지난 1일 눈에 쏙 들어온 뉴스가 2개 있었다. 인천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70대 노인이 대구시민에게 성금을 보내면서 동봉한 편지였다.

‘힘내세요 대구. 코로나19 조속한 퇴치 응원합니다. 저는 마스크 1개도 구입하지 않고 개별 위생관리 잘 하고 있고 체온계 구입해서 체크하고 있습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나 마스크 구입에 보탰으면 합니다. 인천시민 드림’

또 하나는 광주광역시에서 ‘광주부초희망드림’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 온 중학생 7명이 환경보호를 위해 직접 마련한 재활용품 프리마켓의 수익금과 연초 세뱃돈을 더해 모아 온 100만원을 대구적십자사에 기부한 것이다. 한 학생은 “내가 보낸 작은 정성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분들을 통해 나 역시 행복해진다. 대구·경북민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료제 없는 전염병 환자 3천명’ … 대구는 고립된 섬

대구·경북의 상황이 심각하다. 한 도시에서 1천명 정도의 독감환자만 발생해도 도시공동체가 큰 위협을 받는 마당에 치료제마저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가 3천명에 이르고 있고(3월 2일 기준), 신천지 신도들의 검사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하니 도시가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이 대구라는 특정지역에 최고 등급인 ‘방문금지’ 조치를 내렸으니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이렇게 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염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 하여 온 국민이 함께 걱정하며 대구시민과 의료진, 방역당국을 응원하고 있다. 전국에 ‘힘내라 대구·경북’ ‘힘내라 대한민국’ 구호가 붙기 시작했고 마스크와 성금을 보내는 기부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연예인들이 서로서로 앞장서서 기부행렬에 나섰고, 대기업들도 많은 성금으로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부산의 대선주조는 지난달 28일 알코올 주조 원료 3만2천리터(약 32t)를 방역용으로 사용하도록 부산시에 기부했다. 이 알코올 주조원료는 주류제조용 주정을 희석한 것인데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정치인 안철수씨가 의사 신분으로 돌아가 대구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착한 임대인 운동’ 역사에 길이 남을 것

가장 의미있는 기부운동은 ‘착한 임대인 운동’이 아닐까 싶다. 경제가 크게 위축되자 건물주들이 나서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일에 나선 것이다. 이 운동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번져 세(貰)들어 사는 영세 상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도 여기에 호응하여 착한 건물주에게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자본주의사회임에도 ‘돈’보다는 ‘동포애’가 더 귀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미담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광주시가 각계인사들로 '광주공동체'를 구성하고 입원하지 못하고 있는 대구시의 확진환자들에게 병상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 돋보인다. 또 광주의 의료진도 순차적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12일 광주에서 확진환자 발생으로 광주21세기병원이 폐쇄되는 등 위기에 처하자 마스크 1만개를 지원했고, 광주시는 지난달 20일 대구시에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마스크 2만개를 대구시에 전달해 인보정신을 실천했다. 광주와 대구는 지난 2013년 '달빛(달구벌 대구-빛고을 광주)동맹' 협약을 체결하고 사회간접자본(SOC)부터 문화체육분야까지 34개 사업에 대해 상생협력하기로 했었다. 이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대구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시장 등 대표단이 교차 참석하고, 광주에 228번 버스, 대구에 518번 버스 등을 운행하는 등 우의를 다져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당시)의 '5·18 망언'에 대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도 2·28 민주운동 60주년인 2월 28일 공익기금 4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전달했다. 5월 단체는 "민주화운동의 동지이자 국민의 일원으로서 대구 공동체가 겪는 어려움을 깊이 공감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밝혔다.

광주, 대구 환자에게 병상 제공 … 相生의 표본

이번 코로나19사태는 비록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에 불과하지만 전쟁 못지 않는 국난(國難)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과거에도 이런 국난을 뜨거운 애국심(愛國心)으로, 슬기로운 힘으로 극복해 왔다. 외국의 빚을 제대로 값지 못하는 ‘구제불능 국가’가 됐을 때 금모으기 운동(1998년)으로 위기극복의 정신적 에너지를 확보했었다. 1592년 임진왜란 때나 19세기 말부터 국권상실(1910년) 전까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양반과 평민, 천민을 가리지 않고 의병(義兵)으로 나서서 비록 그 뜻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구국(救國)정신을 자랑스런 역사로 남겨주었다. 이번에도 이 ‘국민의 힘’으로 틀림없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무슨 재난이 어떤 형태로 닥쳐올지 모르므로 이번 기회에 여러 교훈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초기에 국민을 안심시키는 재난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도 행정의 고질적인 탁상행정 때문에 마스크 문제로 대통령이 몇 차례씩 사과해야만 했다. 국가 위기시에는 군사작전에 준하는 물자통제와 이장·통장 등 말단 행정조직까지 동원하여 필요하면 배급까지하는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종교지도자의 자세도 바꿔져야 한다. 자기가 이끄는 종교에서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봉쇄당하는 처지에 놓였는데도 뒤늦게 나타나서 사과 한마디 하는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앞뒤 좌우로 바짝 붙어 예배를 보는 비위생적인 종교의식 역시 의학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한다. 신도들에게도 자발적으로 검사받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책임 유무에 따라 구성권을 청구해야 한다.

전염병 확산 책임자에겐 ‘구상권’ 행사를

정치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하다. 질병확산 방지 일선에 있는 각료에게 수준 이하로 공박하거나, 대통령이 정치지도자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중의를 모으려고 한 자리에서 “사과부터 해라”고 주장하는 야당 지도자의 모습은 아쉬웠다. 거리에 나선 신도들이 “문재인이 김정은에게 나라를 넘겨주려 하고 있다”“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다”고 외치도록 터무니없는 설교를 한 종교 지도자도 반성해야 한다. 지도자라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마땅히 국민을 안심시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비판과 허세만 부리는 지도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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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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