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반응에 섭섭?' 이문규 감독의 진짜 문제는 '혹사'보다 '소통의 부재'

'좋지 않은 반응에 섭섭?' 이문규 감독의 진짜 문제는 '혹사'보다 '소통의 부재'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0.02.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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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향위에 참석한 이문규 감독은 자신의 평가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문규 감독은 여전히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

1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의실에서는 제2차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가 열렸다. 경향위는 추일승 위원장을 비롯해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KB스타즈 안덕수 감독, WKBL 박정은 경기운영부장, WKBL 김화순 선수복지위원장, 김성은 용인대 감독으로 구성됐다. 이번 경향위의 핵심 과제는 이문규 감독의 거취였다.

이문규 감독은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 예선에 참가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여자농구를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로 이끌었다. 침체에 빠졌던 여자농구에 경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수 운영과 전술적 능력 부재, 아쉬운 인터뷰 등으로 비난에 시달렸다. 농구 팬들은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기쁨보다 사령탑의 무능한 모습에 분노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선수 혹사 논란'과 '인터뷰에서 보여준 태도'다. 선수 혹사 논란은 예선 두 번째 경기인 영국전에서 불거졌다. 당시 이문규 감독은 김단비, 박혜진, 강이슬을 40분 풀타임 출전 시켰다. 김한별이 5분 여를 소화했고 배혜윤과 박지수도 36분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주축 선수들을 위주로 총력전을 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나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경향위 추일승 위원장도 "선수 혹사 부분에서 이슈가 있는데 경기의 특성상 단기전이고 전략적이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평가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저희들이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문규 감독의 선택이 환영받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후 이문규 감독의 인터뷰가 혹사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당시 영국전이 끝나고 이문규 감독은 "1점 앞선 상황에서 실책이 나왔는데 다행히 그 상황에서 이겨야겠다는 간절함이 더해져서 루스볼을 챙겨 자유투까지 얻었다. 선수들이 크게 이기다 보니 나태해진 면이 있었고 체력도 좀 떨어졌던 상황이다"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나태'라는 표현을 쓰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부분은 팬들의 분노를 샀다. 이후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혹사 논란에 대해 " 선수들이 국내 리그 경기에서도 40분을 다 뛴다. 혹사보다도, 영국을 이기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했다고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 

선수 기용 방식인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다소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기용에 대해선 사령탑이 근거를 대며 충분히 설명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대표팀 감독이 인터뷰에 신중하게 임해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문규 감독의 인터뷰 내용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경향위 추일승 위원장이 "다만 (이문규)감독님께서 이제까지 대표팀 감독 수행에 있어서 최근 스포츠가 수평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데 연맹, 협회, 미디어, 그리고 팬들에 대해선 소통이 미흡한 것에 대해선 공감했다.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분위가 안 좋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문규 감독의 논란을 더욱 부추긴 것은 자신의 말이었다. 

결국,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을 이끈 사령탑의 재신임이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당초 이문규 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 하지만 경향위 결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추일승 위원장은 "계약 연장을 안 하는걸로 하고 이사회에 건의하도록 하겠다. 지금 시점에서 올림픽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올림픽 만을 위한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역 WKBL 감독들이라도 올림픽이 시즌과는 관계없기 때문에 더 많은 인재 풀을 통해 여러 상황을 고려하자고 이사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협회와 WKBL에도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당장의 올림픽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임 감독보다 올림픽을 위한 사령탑을 선임한다는 것이 경향위의 입장. 이번에도 감독 선발 방식은 공모제를 선택했다. 다만, 이번엔 올림픽 만을 이끌기 때문에 현역 감독들의 지원도 가능하다는 점. 추일승 위원장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현직 WKBL 감독님도 지원 가능하다. 이문규감독도 지원이 가능하다. 사실 그동안은 WKBL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데 올림픽 기간은 시즌과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 가능하다 본다"고 설명했다.

이문규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이로써 일단락 됐다. 대표팀 사령탑 공모제에 이문규 감독의 참여도 가능하다. 다만, 경향위가 대표팀 사령탑을 평가하는 기준이 변경됐기 때문에 이전과는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는 3월 16일까지 예비 엔트리 제출해야 한다. 2월 23일에 이사회가 열린다. 그때 의견 보고 후 후속 절차 진행할 예정이다. 체육회에 예비 엔트리 제출 시기 연장 논의도 할 것이다. 후임 사령탑 공모 절차는 이사회가 끝나면 진행할 것이다"고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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