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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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2.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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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의 조화로운 만남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 2

대학 다닐 때 같은 과 여학생을 우연히 마주쳤는데 곧 결혼한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듣고 난 후부터는 괜히 이상해지더라고. 딱히 좋아한다고 생각지 않았었는데, 막상 그 얘기를 듣고 난 후에는 불안하고, 자꾸 서성거리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근무하는 포두(고흥군에 있는 지명)에 가서 그런 자기의 마음을 털어 놓았는데, 그녀는 이미 정혼을 했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뭔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걸

그날따라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평소보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닷바람은 얼굴을 때리고 그 친구는 더 심각하게 중얼거리는데, 나는 나대로 뭔가 계속 중얼대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바람 부는 날’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노래다.

유행가의 노랫말과 시의 어울림 - 1

유행가의 노랫말과 시의 이야기를 하려니 한 가지 더 말해 둘 것이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노랫말은 좀 저속한 것이고, 시는 좀 고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꼭 그렇다고 생각지 않는다. 먼저 이영미의 말을 들어 보자.

우리는 시의 제목에서 ‘XX가(歌)’ 혹은 ‘XX노래’ 등의 것들을 꽤 볼 수 있다. 또 시의 중간중간에서도 자신의 시를 가리켜 ‘나의 노래’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고, 또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시와 노래는 아주 다른 종류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한 것이고, 진지하고 엄숙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임에 반해, 노래는 즐겁고 쉽고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조금 격이 낮은 것이란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시(詩)와 노래(歌)는 기원적으로 같다. 문학사 책들을 뒤져 보면 운문 문학의 총칭으로 시가(詩歌)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이는 시와 노래가 근원적으로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와 노래’라는 제목의 이 이영미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는 또 동양의 시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시경’ 역시 당시의 노래가사를 모아 추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유행가의 가사라고 해서 다 저속한 것만은 아니고 시라고 해서 무조건 고상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시를 능가하는 훌륭한 노랫말 하나를 소개한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이 가사는 2003년에 정덕수의 시 ‘한계령에서’의 일부임이 밝혀졌다. 하덕규의 표절 이 2003년 이전에 쓴 다른 사람들의 글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덕규라는 대중가요 가수가 노랫말을 쓴 ‘한계령’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노랫말을 능가하는 시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9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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