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최전선에서 일하는 방역요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김성의 관풍(觀風)> 최전선에서 일하는 방역요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02.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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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 최전선에서 24시간 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관련 방역요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지난 3일 서울시는 중국 우한(武漢)에서 입국한 중국인 가운데 65명의 국내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방역요원들은 오늘도 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중국인들을 찾기 위해 마스크 하나에 의지하고 골목을 누비고 있다.

주우한 영사가 흘린 눈물 뒤에 숨어있는 勞苦

주우한 한국총영사관의 한 영사는 교민 700여명을 한국으로 보낸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했다. 중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외국의 국가들이 자국민들만 빼돌리는 것 같아 고깝게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사는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대중교통이 두절된 도시에서 교민들을 집결지로 모으고, 또 공항으로 유도해내야 했으니 남모르는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외국의 교민을 이렇게 수백명씩 데려온 일도 우리나라 역사 이래 처음이었다. 그 영사로서는 뿌듯함과 함께 남모르는 고민들이 함께 겹쳐왔기 때문에 눈물이 나왔을 것이다.
우한 교민을 받아 준 진천과 아산의 군민들도 정부가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교민들을 수용한다고 발표해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세월호를 생각하며’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음압 병실을 출입하는 의사·간호사들 역시 착용하고 있는 방역복이 무겁고 답답하여 2~3시간만 입고 있으면 땀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위험한 감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방역요원·의료진·아산군민도 모두 애국자

국민들이 전염병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다고 국민에게 지나친 공포심을 심어준다거나 방역대책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사회적·경제적으로 2차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발표와 집행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매일 상황을 발표하면서 차분한 어조로 답변하여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특히 김 차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봉변을 당하면서도 설득에 노력한 데다, 격무에 입술이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계속 해 바람직한 공무원의 표상이 되고 있다. 우한 교민들이 체류하는 동안 아산에 집무실을 차리고 군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의 태도도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정치인의 자세로 귀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방역진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된 원인은 발병 초기에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중앙집권적 일당(一黨)국가이다 보니 지방의 관료들이 중앙으로부터 질책받는 것을 두려워 해 초기에 축소발표하였다. 보도에 의하면 현지 일부 의사들이 확산을 우려하여 진료내용을 공유하기도 했으나 지역 행정책임자들은 오히려 민심을 이반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 초기에 전남 신안군에서 콜레라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당국의 압력으로 며칠간을 ‘악성 수인성 질환’이라고만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콜레라는 점차 번져나갔다. 결국 나흘 뒤에야 콜레라 발생 사실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방역에 들어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5·18 직후라서 정부나 정보기관들은 국민들의 동요를 두려워하여 감췄기 때문이다.

과거 시행착오가 신뢰 가져오는 데 기여

같은 시기에 뇌염도 창궐하였다. 대학병원에는 복도에까지 환자들이 드러누워 야전병원을 방불케 하였다. 그런데 지방의 보건당국과 의료진 사이에는 진성(眞性)뇌염이냐, 의사(疑似)뇌염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보건당국은 3~4일 걸리는 혈청검사 결과가 나와야만 중앙정부에 방역지원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이런 게으른 행정을 개탄하며 “뇌염에 걸린 어린이의 머리를 절개하여 뇌에 염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자”고 극언을 하기도 했다. 의료진과 관리들 사이에는 이렇게 시각이 달랐었다. 이러한 행정의 관행이 부작용을 빚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국제적 공조도 이젠 우리 생활에서 땔 수 없는 중요한 관계임이 확인되었다. 일본에서 중국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던 일본의 버스 운전사와 접촉했던 중국인 가이드가 한국에 돌아와 확진자가 되었다. 그의 부인 역시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중국 가이드는 확진이 되기 전까지 여러 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제주에 관광왔던 한 중국인은 자기나라로 돌아간 뒤에 확진자임이 밝혀졌는데 중국 당국이 이런 사실을 우리 정부에 알려와 제주도도 접촉자 조사를 펴고 있다. 정보교환과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예이다. 
그런 가운데서 외국에서는 집단적 인종차별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어느 잡지는 ‘made in china’라고 표지그림을 게재하여 중국혐오를 드러냈고, 이탈리아 음악학교는 아예 아시아계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다. 심지어는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인터뷰를 하면서 기침을 하자 “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아니냐”며 인종차별적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우리가 보기에 너무 어이없는 일이었다.

易地思之·인보정신이 전염병 극복의 길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중국과 인적 교류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업소에 ‘중국인 출입금지’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배타적 표지가 붙여지고 있다. 제 1야당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마스크가 부족한데 정부가 중국에 3백만장이나 보냈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민간단체가 추진한 일이었다. 또 중국의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광주·강릉 등 자치단체는 중국에 마스크를 보냈다. 이것도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인보(隣保)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전염병을 종식하는 대도(大道)라고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내는 것이 방역요원들에 대해 보답하는 일이라고 본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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