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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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1.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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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後記)’를 통해서 본 시와 가까워지기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 쓰기는 자기 삶을 찾는 것 - 2

백무산은 ‘만국의 노동자여’(청사) ‘후기’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옳은 시 한 편이 우리에게 닥친 싸움의 총체적 인식 수단으로써 작은 의미나마 지닌다면 한번 제대로 쓰고 싶다.

어머니 말씀처럼

“얘야 시 같은 것은 쓰지 말거라”

“시 같은 것”, 즉 여태껏 우리가 주로 교과서에서 보아 왔던 뜬구름 같은, 삶의 이야기는 쏙 빠져 버린, 알갱이 없이 언어만 반짝거리는 “시 같은 것”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곧 삶을 담은 제대로 된‘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시는 아무나 쓸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은 아무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를 쓰려는 사람이 바른 위치에서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돌아볼 때 거기서 새어 나오는 정서에 비로소 감동이 묻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기도 감동을 못하면서 누구를 감동시키겠는가.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비) ‘후기’에 쓰인 말을 통해서 지금까지 얘기한 시를 읽고 쓰는 자세를 다시 점검해 보면서 마친다.

일상을 일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한 거기에 시는 없다. 일상 속에서 심상치 않은 인생의 기미를 발견해 내는 일이야말로 지금 나에게 맡겨진 몫이 아닐까 싶다.

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다

시는 노래다 - 1

새삼 시와 노래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옛날에는 노동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서, 혹은 수확의 기쁨을 나누면서 흘러나오는 말과 가락을 자연스럽게 읆조렸다. 거기에는 사람살이의 애환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고 우리의 삶의 주변에서 함께 나뒹굴었다. 그것은 그냥 우리네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가사와 가락이 차차 분리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가사가 발전되어 지금의 시라는 장르가 되었고, 가락을 발전시킨 것이 바로 노래라는 분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근대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시와 노래로 나뉘어졌을 뿐이지 본래는 하나였다.

그리고 그 하나였던 모습이었을 때의 시가 가장 시답고 가락 또한 노래다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그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시를 시답게 하고 노래를 노래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이 글을 쓴다. 그럼 여기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대 공동사회에서는 하나의 종합예술이었던 것이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분리되기 시작한 시와 노래의 거리는 현대문학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고도기술집약형 산업자본주의화는 예술에서 전문성까지 부추겨 민중이 지닌 예술적 감성을 외면한 채 예술을 위한 예술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으며 이런 과정에서 시는 활자매체의 마술로 전락하고 노래는 대중가요와 성악가를 위한 상아탑 속의 가락으로 양분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후기자본주의의 예술적 소외화 현상도 시와 노래의 숙명적인 만남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경우만 봐도 80년대의 민중예술 운동 속에서 시와 노래는 영원한 동반자로서 굳게 다시 만나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되었고 90년대로 접어들자 이런 현상은 더 한층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시와 노래는 결국 하나로 만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는 따지고 보면 시와 노래가 둘 다 자신의 직분과 본질을 잊고 있었던 데 그 원인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근대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예술의식과 예술형식이 서구의 영향으로 허물어져 버린 데 있다.

전통적인 개념으로 우리의 ‘시’는 오히려 ‘시가’에 가까워서 문자로 홀로 서기보다는 노래에 실려 다니는 속성이 강했다. 이것이 근대 서구의 개인주의 이념이 강한 활자 문학의 영향으로 해체되면서 난해시로 치달아 ‘가(歌)’는 없어지고 ‘시’만 남아 근대문학사가 이룩되어 온 것이다.

-노동은 ‘참과 거짓의 노래사’ 중에서.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29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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