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1.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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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後記)’를 통해서 본 시와 가까워지기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가 쓰이는 자리 - 2

새삼스럽게 어울리지도 않는 시라는 것을 쓰고 나니 가관이다. 그런데도 즐겁기만 하다.

그동안 눌려 맺혀진 설움과 억울함을 원없이 풀어 쏟아 놓고 보니 가슴이 시원하고 후련하다.

사회의 통념상 시라는 게 많이 배운 지식인들이나 읽고 쓰라고 생긴 것 같고 나와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어떤 것만 같았다. 문화가 어떤 형태의 것이며 어찌하였길래 그리도 사람을 교양 있고 품위 있고 우아하게 만드는지 이제껏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관심을 기울일 시간적인 여유도 전혀 없었다.

그저 부지런히 일하고 잘 먹고 건강하게 일하면 된다는 생각뿐, 나 자신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우리의 일터와 매일매일의 노동이 근로자인 나를 어느만큼 주체성 있는 인격의 소유자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 관심 깊게 돌아보지 않았다.

우리는 가장 소박하고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일터와 숙소에서 주변 환경 속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의 의미를 한줄의 시 속에 담아 먼저 나 자신과 만나고 동료의 마음을 읽어 이해와 사랑 속에 머물고자 했다.

지금껏 남들이 써 놓은 글들을 읽어 보았으나 대부분이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었기에 읽어도 모르겠고 우리의 환경에 어울리지도 않아 먼저 우리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수필을 썼으면 했으나 시간이 너무 없고 피곤하여 시를 택했으며 문법도 형식도 모르겠고 다만 우리의 이야기를 간추려 가난하고 힘겨운 이 생활을 이겨 보려 온 힘을 기울였을 뿐이다.

이렇듯 시 쓰는 일은 말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박하고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일터와 숙소에서 주변 환경 속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의 의미를 한 줄의 시 속에 담아 먼저 나 자신과 만나고 동료의 마음을 읽어 이해하는 사랑 속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다.

결국 시 쓰는 작업은 자기 개조의 작업이다.

생활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시 쓰기의 첫걸음이니, 그런 의미에서 시 쓰는 일은 결국 자기를 발견하는 일이고 그러면서 천천히 자기를 개조해 나가는 작업이라는 말이다. 작가가 될 생각이 없는 사람도 글쓰기 교육을 받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제 시를 써서 보이는 일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시는 많이 배운 지식인들이나 읽고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렸으면 한다.

우선 자기 생활 주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눌려 맺혀진 생각들을 풀어 놓다 보면 자신을 어느 정도 주체성 있는 인격의 소유자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직접 써 보기를 권유한 것이다.

이 말을 뒷받침해 주는, 정일근의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비)

‘후기’의 부분을 적어 본다.

시는 나의 발언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시라는 형식을 통해 발언하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정직하게 성실하게 발언하는 것이다.

정직하게 발언하려는 사람은 정직한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자기가 정직한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시 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깨닫게 된다면 성과물의 성패를 떠나서도 시 쓰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시 쓰기는 자기 삶을 찾는 것 - 1

이상에서 시인들의 시집의 후기에 밝힌 글을 중심으로 시가 바로 삶이라는 입장에서 시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시는 우리와 먼 것이 아니다. 단순히 독자의 입장에만 머물지 않고 시를 쓰려는 주체적 입장에서 시를 본다면 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고, 나아가 미처 깨닫지 못한 자기를 발견하고 개조해 나가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이 결국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한 방법이라면 결코 헛된 일은 아니다.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28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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