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1.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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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물이 흘러가는 곳에 맑은 마음 하나 흐르고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이런 것도 시가 되나 - 4

생각은 생각으로 끝날 뿐 결국 현실에 맞추어 살 수밖에 없다.

그 현실이란 마치 ‘외상수첩’과 같다.

과자 사 먹으러

외상수첩 들고 간다

두부도 사고

라면도 사고

아버지 소주도 그거면 된다

어머니를 졸라

돈 대신 받은 외상수첩

그 안에

깨알같은 글씨들이

우리 식구 손때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오늘 나는 거기에

또 한 줄 채우러 간다

이런 것이 바로 시다

하루하루를 외상수첩에 외상값 늘어나듯 빠듯하게 살아가는 탄광마을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정직함’이 있고 ‘다부짐’이 있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고 말하는 서정적 주인공인 어린이의 모습 속에서 미래의 ‘꿈’이 결코 꿈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나를 업어주셨고

아버지는

내 팽이를 깎아 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을 생각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이 어린이의 다부진 모습을 보고 누가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따뜻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것’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그 어린이를 보면서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가 어디 가면서

연탄불 꺼치지 말라 하면

나는 짜증부터 냈습니다

불 안꺼칠 생각을 하면

맘 놓고 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한 주일 동안 연탄갈기를

방학숙제로 내주었을 때도

별놈의 숙제 다 해오란다며

투덜대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연탄을 갈며 보니

아버지의 땀 섞인 검은 연탄은

제 몸을 태워 방을 덮히는데

날더러도

그렇게 살아가라 이야기합니다

‘연탄을 갈며’라는 시다.

‘아버지의 땀 섞인 검은 연탄은/제 몸을 태워 방을 덮히’는 것을 느끼고, ‘날더러도 그렇게 살아가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서정적 주인공인 탄광마을 어린이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따뜻한 세상을 함께 꿈꾸어 볼 수 있다.

소개하고 싶은 시들이 무척 많지만 글이 길어져서 이만 줄여야 겠다. 생각 같아서는 시집 전체를 그대로 베껴 두고 싶은 심정이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또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기만의 감정으로 해석한 것을 표현한 것이 바로 시다.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17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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