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대한민국의 격(格)을 높이자

<김성의 관풍(觀風)> 대한민국의 격(格)을 높이자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01.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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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밝았다. 2020년에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정치적으로는 가장 민주적이었던 제 2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진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이후 짧은 내각제가 시행되다가 군사쿠데타와 반란군의 내란으로 군사정부가 들어서기도 했지만 결국 국민이 직접 뽑는 단임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한 6공화국 헌법에 의해 오늘날까지 정치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2020년은 민주적 헌법 개정 60주년 되는 해

이 60년 동안 부정선거를 심판하는 4·19 혁명(1960년)에 이어 5·18민중항쟁(1980년), 6·10민주항쟁(1987년), 촛불혁명(2016년) 등으로 정권을 교체시키는 시민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국민을 거스르는 행동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민주체제가 정착되었다. 사회적으로는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금모으기운동(1998년)과 월드컵 응원(2002년)을 통해 국민의 애국심과 단합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긍지’를 갖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도 1945년 해방 당시 60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5백배 늘어 인구 5천만명 이상에 소득 3만달러 이상인 국가에 7번째로 들어가게 됐다. 문화 역시 왜색(倭色)의 구태를 벗고 세계 청년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BTS 등의 K팝, 봉준호의 기생충 등 K무비로 국제사회에 한류(韓流)가 확산 되었다. 
이는 경이로운 발전이다. 선진국이라는 서구 유럽도 봉건제도국가에서 현대 민주적 산업국가가 되기까지 수백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해방 이후 단 75년만에 이를 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한 것인가? 편안한가? 자문(自問)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대답은 부정적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긴 했지만 내실을 다질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국민들은 당장에 부(富)의 극심한 양극화, 적대적 정치갈등, 가족의 해체, 미세먼지, 높은 자살율, 고령화사회, 부실한 국민복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여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이제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지난 발전과정에서 소홀했던 것들에 대한 ‘반성’과 ‘교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정을 통해 새 시대의 정신적 기준을 세우고, 물질적 측면에서도 갈등을 극복하여 안정·배려·나눔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가치가 유지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숱한 사회적 스트레스, 호흡 가다듬고 교정해야 선진국 돼

첫째, 우리 사회에 가장 큰 갈등은 부의 양극화이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한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주택은 2천만호로 보급률은 이미 110%에 달하고 있으나 이중 8백만호가 2주택 이상의 소유주가 보유한 투기성 주택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은 전국의 지방까지 상승시켜 국민의 거주이전을 제한시킬 뿐만 아니라 투기로 한 몫 잡지 못한 국민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줌으로써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따라서 보유세의 강화 등 다양한 대책으로 이를 해소해야 한다.
정치분야는 이제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상수가 되었다. 우리는 서구와 달리 많은 경험을 겪지 않고 짧은 기간만에 발전하여왔으므로 아직 여러 가지의 제도를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통신매체의 발달로 국민참여가 활성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변화를 틀어막는 보수적 사고는 국민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변혁을 통해 시대에 맞는 제도를  찾아내야 한다. 보수는 바람직한 전통을 지켜나가고, 진보는 끊임없이 개혁을 제시하면서 협의를 통해 미래를   설정해야 한다.

양극화 완화, 정치 개혁, 세대·지역갈등 해소 절실

사회적으로는 세대갈등과 지역갈등이 가장 큰 문제이다. 치열하게 일만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베이비부머, 그리고 전쟁경험세대와 풍요 속에 성장해 온 젊은 세대간에는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대가족시대의 윤리를 젊은 세대에게 강요할 수 없고,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50대나 은퇴세대들이 통째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따라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도덕과 윤리를 설정하고 이를 함께 수용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지역갈등 문제는 영호남갈등에서 수도권·비수도권 갈등으로 바꿔졌다. 수도권은 경제·문화적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데 반해 비수도권은 끊임없는 인구이동으로 지역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노무현 정권때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시켰으나 안정적인 자녀교육, 수준높은 문화시설 등을 보완하지 못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제부터는 4차 산업을 전면적으로 지방에 배치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주변환경을 보완함으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제도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문제도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송파 세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경직된 복지시스템 때문에 지난해만도 70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인복지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하여 융통성있는 복지정책으로 안정된 사회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여성의 공평한 사회참여, 기업에서의 남성중심주의도 개선하여 선진국 수준에 맞춰가야 한다.  
우리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은 우리나라를 이미 선진국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을 경제동물이라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작고 분단된 나라인 주제에 유태인처럼 돈만 긁어모으는 경제동물이라고 비판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이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서 격을 세워나가는 국민적 자세가 필요하다. 

格 못세우면 세계로부터 ‘경제동물’ 비판 받아

응행격식( 應行格式)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격식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제 개발도상국 시절 가졌던 조급성과 탐욕, 물질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선진국 수준에 맞는 새로운 책임과 의무, 배려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정부도 국민적 격(格)을 높이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갈등요소를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하여 2020년은 바삐 달려온 우리를 뒤돌아보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정리하고, 격을 세워 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제 2 도약도 가능해진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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