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박월선의 ‘별을 닮았다’ (2)

[단편동화] 박월선의 ‘별을 닮았다’ (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12.12 09:51
  • 수정 2019.12.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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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빠는 나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턱에 난 상처를 열다섯 바늘 꿰맸다. 나는 흉터를 볼 때마다 아빠를 원망했고 아빠의 미안하다는 말도 나는 싫었다.

그런데 이제 원망할 아빠는 일을 찾아 캄보디아로 떠났다.

자전거는 옥상 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다. 이래저래 내 마음은 꽝이다.

조금 남은 비비크림을 턱밑에 꼼꼼히 문질렀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비비크림을 사야겠다’

다음날 교실에서 상현이가 아이들과 닭싸움을 하고 있었다. 상현이는 한쪽 손으로 동그란 안경테를 붙들고 다른 쪽 손은 바지를 걷어붙인 발목을 잡고 있었다.

바지를 걷어 올린 상현이의 다리에 커다란 흉터가 보였다. 나는 상현이의 흉터를 보며 생각했다.

‘상현이도 분명 여름을 싫어하겠지?’

그때 레이스 치마를 입은 재희도 상현이의 흉터를 보았나 보다. 닭싸움이 끝나자, 재희가 물었다.

“상현아, 네 다리에 흉터는 왜 생긴 거야?”

“응, 이 흉터? 이건 할아버지와의 추억이지”

“추억? 무슨 추억?”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어부거든. 방학 때면 할아버지와 함께 독살을 만들어서 고기잡이를 했어”

“독살이 뭔데?”

“음~ 독살이란 돌을 쌓아서 밀물과 함께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잡는 걸 말하지. 한 번은 태풍으로 무너진 독살 고치는 것을 돕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그만 돌을 떨어뜨렸지 뭐야. 그때 돌에 맞아서 생긴 흉터야”

“할아버지가 밉지 않았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뭐. 지금도 할아버지는 내게 미안하다고 하셔. 하지만 돌을 피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는 걸”

“응…”

‘상현이 말도 맞아. 나는 내 상처의 잘못을 아빠에게 모두 돌렸어’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돌리면,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믿게 된다. 그러면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빠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모둠별 리그전 한다고 운동장으로 모이래”

아이들이 하나둘 운동장으로 나갔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따라 운동장으로 향했다. 제비뽑기로 팀을 정했다. 상현이는 청팀이고 나는 백팀이다.

“자! 시작한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이제 공을 멈출 수 없다. 나는 공이 무서워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을 피했다. 내가 운동장에 나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할 때였다. 상현이가 던진 공이 내게 날아왔다.

“어~ 어”

공이 내 주머니를 꽝 때리더니 거울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안 돼!”

거울을 주우려고 고개를 숙인 순간, 이번에는 굴러가던 공을 잡은 청팀 선수가 내 얼굴을 향해 공을 던졌다. 꽈당! 나는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괜찮아?”

상현이가 나를 부축했다.

“내 거울, 내 거울이 금이 갔어!”

“미, 미안해. 내가 새 거울 사 줄게.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괜찮아!”

“정말, 괜찮아? 얼굴 빨간데 보건실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재희가 호들갑스럽게 알은체했다. 귀찮다.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 거울이 깨졌는데 괜찮을 리 없다. 당연한 걸 가지고 자꾸 묻는 게 싫다.

보건실에 있다가 마침 종이 울리자 집으로 향했다.

“비비공주! 내가 거울 사 줄게”

보건실 앞에서 기다리던 상현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했다.

‘비가 오면 안 되는데’

내 걸음이 빨라졌다.

“같이 가자”

재희가 레이스 달린 치마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내 팔짱을 꼈다.

 

박월선(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전주덕진구 학원, 동화작가)

데일리스포츠한국 12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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