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장은영의 ‘내 멋대로 부대찌개’ (1)

[단편동화] 장은영의 ‘내 멋대로 부대찌개’ (1)

  • 기자명 장은영 기자
  • 입력 2019.12.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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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장은영 기자]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글씨를 썼다.

멋대로 요리 경연 대회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잠자코 있었다. 여기저기서 그게 뭐냐고 묻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 주 목요일 오후에 할 행사야”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승규가 벌떡 일어섰다.

“선생님, 무슨 요리를 하는데요? 어디서 요리를 해요?”

“학교 강당에서 요리를 할 거야. 어떤 요리를 할 건지, 재료 준비, 조리 도구까지 모두 조별로 알아서 해야 해.”

“그럼 심사는 누가 해요? 심사 기준은 뭐예요?”

이번엔 지원이가 일어섰다. 역시 우리 반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아이다웠다.

“선생님들이 할 거야. 심사 기준은, 먼저 맛을 봐야겠지? 그 다음은 얼마나 독창적인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자기 조의 요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발표자의 능력을 살펴볼 거야.”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 조 아이들도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승규가 제일 먼저 나섰다.

“난 불고기 좋아하는데.”

“고기보다는 해산물이지. 꽃게탕!”

우리 조 아이들이 앞다투어 의견을 쏟아냈다.

“강민채, 너는 또 왜 아무 말도 안 하냐?”

“나, 나는 잡채가 좋…….”

승규가 갑자기 쳐다보는 바람에 나는 말을 더듬었다.

“무슨 소리야, 집 밖에서는 삼겹살이 최고지!”

급식 먹을 때마다 “많이 주세요”를 입에 달고 있는 건영이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승규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근데 니들 그 요리 할 줄은 아냐?”

“…….”

“에이, 뭐야? 그럼 답은 나와 있네. 라면이나 끓여 먹자. 라면은 내가 끓일 줄 알거든.”

“아무리 그래도 라면은 쫌 그래. 시시하게.”

윤서가 소곤거렸다. 푹푹 찌는 여름인데 덥지도 않은지 여전히 긴팔 차림이었다.

“맞아, 요리 대회에 라면이라니 말도 안 돼.”

건영이가 맞장구를 쳤다. 윤서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어떡하지?”

“지금부터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를 말해 보는 거야. 어때? 뭔가 창의적이지 않냐?”

승규가 씩 웃었다. 처음엔 ‘뭐래’ 하는 얼굴이던 아이들이 하나 둘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데? 어떤 요리가 될지 궁금하다.”

건영이의 말에 승규가 빙긋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 재료를 말해 봐.”

“난 햄. 햄이야말로 완벽한 식품이지.”

건영이가 뚱뚱한 몸을 흔들며 방긋 웃었다.

“난 두부. 콩을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하잖아.”

“야, 소고기면 소고기지. 밭에서 나는 소고기가 뭐냐?”

윤서의 말에 승규가 콧방귀를 뀌었다.

“라면도 넣어 줘. 난 라면을 포기 못 하겠어.”

건영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난 김치.”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도 한마디 했다.

윤서가 종이에 적어 놓은 재료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나온 게 햄, 두부. 소고기, 라면, 김치야. 근데 이걸 모두 넣으면 도대체 어떤 요리가 되는 거야?”

“완전 잡탕이지, 뭐.”

승규가 고개를 저었다.

“히히, 이건 완전 대박인데?”

재료를 적은 종이를 보던 건영이가 신이 나서 웃었다.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건영이를 쳐다보았다.

“두두두두, 이건 바로 부대찌개의 재료란 말씀.”

“부대찌개?”

건영이의 말에 몇 몇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요리가 정해졌는데 재료는 어떻게 하지?”

윤서의 말에 승규가 나섰다.

“각자 한 가지씩 가져와”

 

데일리스포츠한국 120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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