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아뇩다라삼먁삼보오리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아뇩다라삼먁삼보오리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1.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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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그의 책 <죽음의 한 연구(하)> 185쪽 말미와 186쪽 첫머리에 “덧없음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비실재적 환영으로부터가 아니라, 실재의 현상으로부터 오는 것, 그러므로 누가 만약 그 덧없음을 실제로서 포착하길 원한다면, 그 현상을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오온(五蘊, 五陰: panca khandha: 불교 용어로, 개인 존재를 구성하는 5개의 집합,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뜻함.)을 황폐로이 했을 때, 무상도 비무상도 비비무상도 없을 것이지만, 벼락 맞고 죽은 고목이 아뇩다라삼먁상(삼)보오리를 성취해서 초연한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박상륭은 철저하게 실천을 강조하는 불교의 교리에 입각한 정신을 과 체험하지 않은 진리에 대하여 진리로써의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경험하지 않은 지식은 진정한 지식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2009년 11월 18일자 불교신문 2575호에 의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오리’는 ‘결점 하나 없는 지행일치의 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이 경지는 금강반야경에서 추구하는 이상향이자, 철저한 공(空) 사상을 통한 윤리적 실천을 강조한 붓다가 체득한 지혜의 세계를 일컫는다.

산스끄리뜨어의 ‘아누따라삼약삼보디(anuttara-samyak-sambodhi)’는 아뇩다라삼먁삼보오리로 음사되어, ‘위없는 올바르고 두루 한 깨달음, 또는 지혜’의 의미로 번역되었다. ‘아뇩다라’는 ‘무상(無上, 최상: 더 이상은 없다)’을 뜻하고, ‘삼먁삼보리’는 ‘정변지(正智, 완벽한 지혜)’ 또는 ‘정등정각(正等正覺, 가장 올바른 깨달음)’을 뜻한다.

박상륭의 소설 속 자아인 주인공은 한 치의 결점도 없는 “지행일치의 세계, 완전무결한 부처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죽음의 한 연구>에서 주인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오리)”을 얻기 위해 유리로 들어왔다. 그는 존자 스님과 외눈 스님, 그리고 그 자신의 스승으로 대표되는 ‘부성의 살해’를 자행했고, 또한 수도녀와 장로의 손녀딸로 상징되는 끊임없는 재생과 생명력의 원천인 모성을 경험한다.

나는 그가 그의 양극적인 아니마(Anima: 칼 융이 말한 남성의 영혼에 깃든 여성적인 영혼)를 통합하게 될 것이라고 예감한다. 주인공은 그녀들의 요니(Yoni)를 매개로 스스로를 매장해 죽음에 이르게 될 터이다. 이를 통해 그는 바르도(Bardo)에서 새 생명을 탄생시켜 완벽한 재생을 성취하게 될 것 같다. 그것으로써 주인공은 지행일치를 실천하게 되고, 최고이자 최상의 진리를 포괄하는 ‘궁극의 니르바나’에 도달하지 않을까?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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