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1.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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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분들, 잊지 못할 선물 3>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주영엄마

양장점을 운영하던 주영 엄마가 나를 초대했다. 옷을 한 벌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했다. 초대한다고 찾아가 옷을 맞추기엔 미안했다. 주변머리가 없기도 했다.

몇 번이나 거절을 했더니 어느 날 옷이 선물로 왔다. 보랏빛 스커트와 조끼였다. 너무 마음에 들어 당장 입어봤다.

그러나 예쁘긴 했지만 그 옷은 너무 작았다.

주영 엄마의 눈 대중으로 만든 옷이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너무 마른 몸매이긴 하지만 아이를 출산한 아줌마여서 맞지 않았다. 그 예쁜 옷은 한 번 입고 출근하는 것으로 그 몫을 다했다. 그 옷은 몸에 맞는 다른 아가씨에게 선물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오라고 할 때 가서 사이즈를 재었더라면 하는 후회도 되었다. 주영 엄마의 그 정성이 헛된 것 같아서다. 지금도 생각하면 미안하다. 그 때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영 엄마

학기말 방학, 일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낯선 여자 분이 교무실 문을 조심조심 들어서고 있었다. 자신이 지영이 엄마라고 밝히고 조심스레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 부담 갖지 마시라고 학년이 끝났기에 도서 상품권을 준비해봤습니다. 선생님 좋아하시는 책 사 보세요”

지영 엄마는 짧은 말을 마치고 서둘러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내 일직 날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선물을 갖고 온 것이다.

봉투에는 도서 상품권이 여러 장 들어있었다. 받은 도서 상품권으로 평소에 사고 싶었던 책을 몽땅 고르는 호사를 누려봤다.

계란 한 알을 쥐어 주셨던 어머니. 처마 끝에 매달린 곶감을 주셨던 할머니. 차비로 동전 세닢을 종이에 싸서 건네주던 할머니. 일일이 다 말 할 수는 없지만 고마운 분들이 참 많았다. 분에 넘치는 고마운 선물도 참 많이 받았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고마운 선물들!

그리고 퇴직 후 받은 분에 넘치는 송별회!

퇴직 후 송별회를 하자고 학부모 대표가 전화를 했다. 이미 떠난 뒤라 내키지 않아 사양을 했다. 나중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고마운 엄마들 말을 거절할 수 없어 송별회장으로 향했다.

중국집 2층 연회장에는 학년이 올라간 아이들과 엄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과 꽃다발 케이크를 준비해준 고마운 엄마들. 백화점 상품권까지 넣은 지갑까지. 내가 뭐라고.

내가 받은 마지막 선물이었다.

고마운 마음들!

내 마음속에는 그 분들의 따뜻한 정이 언제까지나 소중하게 간직 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 후배 교사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스승의 날이면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안내문을 발송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큰 선물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 하는 것, 그게 과연 그렇게 죄악시해야 되는 것일까?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받을 줄만 알고, 주는 건 모르는 아이로 자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학교에 올라간 후 무더운 날이면 전 담임을 찾아와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는 아이들이 많단다. 제자들이기에 번번이 사 주지만 선생님께 사드리는 아이들은 한 녀석도 없단다. 학원 선생님께도 빈번하게 먹을 것을 사 달라고 요구한다는 요즘 아이들.

하긴 그게 다 어른들의 잘못이긴 하다. 선물 아닌 뇌물이 되어 서로에게 죄를 짓게 한 일들이 있었기에.

한 반 아이들 거의가 작은 선물이라도 했던 지난 시절 스승의 날. 선물하지 못한 몇 명의 아이들을 챙기며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 어떤 선물보다 네 선물이 최고야. 공부시간에 누구보다 초롱초롱한 네 눈망울이 최고의 선물이거든. 나는 그게 더 고마워”

그럴 때면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1학년 꼬맹이들이었다. 그러나 철 든 고학년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 생각을 하면 스승의 날 선물 없어지길 잘 했다. 참 잘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107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110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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