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1.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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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분들, 잊지 못할 선물 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수진 엄마

손수 떠 주신 멋진 앙고라 긴 스웨터는 추운 겨우내 내 친구였다.

을씨년스러운 교실에서 나를 포근히 감싸며 추위로부터 보호 해 주었다.

영훈, 진우엄마

친구 사이인 두 엄마는 말없이 학급 일에 이모저모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었다.

1학년 교실에서 교장회의를 할 정도의 교실을 만드는데 주신 도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영국신사라고 불렀던 진우와 그 어떤 아역 탤런트보다 예뻤던 영훈이는 둘이 성격이 많이 달랐음에도 그 엄마들처럼 친했던 아이들이었다.

의혁이 엄마

감이 익을 무렵이면 생각나는 분이다. 감 좋아하는 담임을 위해 감나무 밑에서 감 익기를 기다렸다는 의혁이.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고마움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엄마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감 좋아한다는 말을 왜 했느냐며 부정적으로 생각할 만도 한데. 담임 말에 항상 긍정적이었던 마음 따뜻한 엄마로 오래오래 기억나는 분이다.

한솔엄마

추석 전 날 대학교수인 아빠가 과일 상자를 직접 들고 집으로 찾아 오셨을 때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1학년이 끝나고 2학년 3학년이 되어서도 거의 매일 우리 교실에 들려 하교 인사를 하던 한솔이. 그 엄마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오래오래 잊혀 지지 않는다.

누리 엄마

고추장을 직접 담가 집으로 갖고 오셨던 분이다. 단감 상자를 들고 오셨던 분이다.

학교 옆에 살고 계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말 수가 적었던 분으로 기억나는 분이다.

정은이 아빠

추억의 팝송을 녹음해서 선물해 주신 분이다. D.J로 일하셨던 그 분은 멋진 목소리로 주옥같은 한 곡 한 곡에 감동적인 멘트를 해 주셨다.

“선생님께 무엇을 드릴까요?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

그 분의 마지막 멘트는 내가 교사가 된 것을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경은, 진택 엄마

마음이 따뜻하고 유난히도 고왔던 엄마들로 기억된다. 빨래비누를 한 보따리 선물해서 그 해 비누를 사지 않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담임 후 30년이 지난 올해 초, 전화 통화를 했다. 반갑다며 울먹이는 그 분들도 어느 덧 중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양원, 호원 엄마

따뜻한 털실로 예쁜 조끼를 떠 주신 분들이다. 그 조끼는 오랜 겨울을 나와 함께 했다. 이젠 30년도 더 지나, 입기엔 어색한 옷이 되었다. 그러나 내 옷 장 속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옛 추억을 말해 주고 있다.

종욱 엄마

같은 학교 선배 선생님이셨던 종욱 엄마. 교육장, 교장을 지내시고 지금은 시인으로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분이다.

그분에게 받은 선물 중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느타리버섯이다.

바구니 가득한 사랑스러운 느타리버섯이 기억난다.

30년이 넘은 그 시절엔 참 귀한 버섯이었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선물이었다. 이웃과 나눠 먹으며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김 일 아빠

섬진강변의 학교에 근무하던 때였다. 그 무렵 섬진강에는 은어가 참 많았다.

투망을 던지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은어가 한가득 잡히곤 했다.

낚시로 잡은 커다란 은어를 수 십 마리나 갖고 오셨던 김 일 아빠. 통근차에까지 실어주고 가셨던 귀한 선물. 그 때는 어떻게 해 먹을 줄도 몰라 쩔쩔맸던 기억이 난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106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110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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