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0.31 10:20
  • 수정 2019.11.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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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용 주차장>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서 선생이 자네 아내였어? 에끼 이사람!”

밤중에 학교 뒤뜰에서 나에게 주차연습을 시키는 남편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교감선생님이었다. 밤에 학교에 서류를 가지러 왔다가 우리를 본 것이다.

남편과 교감선생님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친한 동료였다. 그러나 워낙 말이 없었던 남편인지라 아내가 교사인지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날도 남들이 다 퇴근한 뒤, 주차 연습을 하던 터였다.

“저 측백나무까지 갔다가 후진해서 주차장에 들어가면 신기하게 주차가 잘 된단 말이야. 나무야 고마워”

우스갯소리를 하며 주차연습을 하던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솜씨 없는 나는 운전도 남들처럼 쉽게 익히지 못했다. 몇 달을 새로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곳에서 운전연습을 했다.

해도 해도 나의 운전 실력은 늘지 않았다. 실력도 없는 터에 겁이 많아 더 힘들기만 했다.

운전면허를 딸 때도 남들 몇 배의 힘이 들었다.

“아줌마! 그것도 못해요?”

“아줌마 이것도 못해요?”

운전 교습을 하던 분의 호통에 기를 펴지 못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아줌마란 소리를 그 곳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과속, 시간초과, 신호위반, 앞차들이받기 등을 거쳐 5번 만에 합격하자 지켜보던 남편이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다른 곳은 바라지도 않았다. 집에서 학교까지만 운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집에서 출발해서 큰 길에 나서면 2차선, 다리를 건넌 다음에는 3차선, 대학교를 지난 다음에는 5차선 등, 정해진 순서대로 운전을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5km를 운전하는데도 등에는 식은땀이 났다.

남편이 옆에 타고 연습을 했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을 때, 중학생인 딸을 옆에 앉히고 남편이 내렸다. 그래도 딸이 있을 때는 할만 했다. 딸까지 내리고 혼자서 갈 때는 너무 무서워 눈물을 흘리며 운전을 했다.

우여 곡절 끝에 드디어 혼자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학교, 학교에서 집, 딱 거기까지였다.

도로에서는 그런대로 운전을 했지만 주차가 문제였다. 시골로 출퇴근 하는 남편이 퇴근한 뒤 밤에 주차 연습을 시켰다. 남편이 쓰던, 내게는 너무 큰 차에 수동이었으니 솜씨 없는 나는 죽을 맛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토를 샀더라면 좋았을 것을! 남편이 아껴 탄 차를 남 주기는 아깝다며 내가 탔다.

주차장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 주차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내 전용 주차공간도 있었다.

가장 주차하기 편한 곳! 그곳이 바로 내 차지가 되었다.

너무도 주차를 못하자 모든 선생님들이 알게 되었고 양보로 이루어진 나만의 공간이었다.

3월이 되어 새로운 선생님들이 발령을 받으면 내 주차공간에 차가 주차 되어 있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주차 할 곳을 찾아 헤매다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퇴근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제가 주차를 할 줄 아는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요”

새로 오신 선생님들도 웃으며 양보를 해 주곤 했다.

“아니, 이렇게 주차하기 힘든 아파트에 살면서 학교에서는 전용주차공간을 차지하다니? 엄살 아닌가요?”

언젠가 나를 우리 집에 태워다 준 이 선생님이 입바른 소리를 했다.

그건 아니다.

내가 퇴근 무렵에는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주차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퇴근 후 행사라도 있을 때는 집에 주차해놓고 택시를 타고 나가는 걸 그녀는 몰랐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새벽에 급히 나가야할 일이 있을 때였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택시 한 대가 아파트로 들어왔다.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다. 두 말없이 차를 빼주었던 기사님이 아파트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트를 켜지 않으셔서요”

내차에 라이트가 켜지지 않은지 그때서야 알았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0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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