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0.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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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실에서>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열 한 번째 작은 이야기: 돈을 찾아라

별별 내용의 편지 가운데, 다른 내용의 편지가 한 장 있었다. 잘못을 고백하는 00이의 편지가.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내 잘못으로 00이가 돈에 손을 대게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죄지을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돈 관리를 철저히 했기에 그 후론 단 한건도 담임 돈이 없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약속대로 그 이야기는 비밀에 붙여졌다. 30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이야기는 내 일기장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다.

가슴을 졸이며 자신의 죄를 고백했을 00이의 그 용기.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나가는 성장기의 그 충동에 잠시 빠졌던 00이도 지금쯤 그 때 자신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겠지.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해서는 안 되었던 일들에 대한 후회가 많은 교직 생활 중에서도 잘했다 싶은 일이 있다. 아이들의 좋지 않은 버릇을 고친 일이 그 것이다.)

<1학년 교실에서>

“서 선생님 잠깐 우리 교실로 오세요”

선배 유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4학년 교실로 갔다. 나를 보자 유 선생님은 웃으면서 아이들을 가리켰다.

“쟤들 얼굴 한 번 보세요”

아이들의 얼굴을 쳐다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여학생들 거의 모두 눈꺼풀에 녹색 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눈만 휘둥그레 해진 내게 유 선생님이 자초지종 설명을 해 주셨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 보니 모두 눈꺼풀에 녹색 칠이 되어 있었는데, 이유는 어제 내가 발랐던 녹색 아이라인이 예뻐 보여서 자기들도 따라 했다는 것이다.

여 교사는 유 선생님과 나 둘 뿐인 작은 시골 학교이었기에 내가 바른 아이라인이 아이들에게는 색다르게 보였었나 보다.

당시는 색연필도 귀한 70년대 초여서 아이들은 크레파스로 눈 화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한편, 그 모습들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실 나도 옆 학교 멋쟁이 선생님이 바른 녹색 아이라인이 예뻐 보여 어제 처음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녹색 화장 연필은 그 날로 서랍 속에서 잠만 자게 되었다.

언젠가 옆 교실에 1학년을 처음 담임한 젊은 남선생님이 있었다.

모음ㅣ를 강조하여 지도하다 기역(ㄱ)에 가깝게 꺾어 썼나 보다. 어느 날 공책 검사를 하다가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이 하나 같이 ㅣ가 아닌 자신이 무심코 썼던 ㄱ 에 가깝게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형적인 글자 앞에서 그 선생님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

나중에 그것을 교정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잘못 지도한 것을 고치려면 처음부터 지도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가 칠판에 글씨를 가로로 쓰다 공간이 부족해 세로로 쓰면 아이들도 따라서 밑으로 써 내려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교사는 칠판 공간이 부족해서 쓴 것인데 아이들도 그것마저 따라서 쓴 것을 보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잘못까지도 그대로 따라하는 그들. 그게 우리 순수한 아이들인 것이다.

교사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교사나 학부모, 우리는 가끔 잊고 있을 때가 있다. 시켜서는 안 해도 따라서는 한다는 사실을!

<작은 아씨들-1>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 중에 ‘작은 아씨들’이 있다.

첫째 메그, 둘째 조, 셋째 베스, 막내 에이미

딸만 넷이 있는 가정의 이야기다.

첫째는 아름답고 다정한 딸이다. 둘째는 작가를 꿈꾸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딸. 셋째는 여리고 착한 아이로 몸이 약하다. 막내는 똘똘하고 귀여운 욕심장이랄까?

데일리스포츠한국 1028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10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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