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0.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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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실에서>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열 한 번째 작은 이야기: 돈을 찾아라

바람직하지 않게도 학교에서 돈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길 때가 있다.

그 일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형사도 아닌 교사가 해결하기는 참으로 난감하다.

하다못해 돈을 훔쳐간 아이에게조차 상처를 주지 않게 하는 교육적인 지도가 필수인지라 부담은 더 크다.

누군가 손을 댄 것은 분명한데 찾을 수는 없으니 교사의 고민은 커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아이들은 선생님을 만능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저학년을 하면서 돈에 손을 댄 주인공을 찾지 못할 때가 있긴 해도 그 돈만은 찾아 낸 경험이 있다.

처음엔 잃어버린 돈이 나오기까지는 반 전체가 집에 갈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별의별 이야기를 꺼내어 마음을 감동시켜 보려고도 했다. 하다 하다 안되어 묘안을 생각해 내었다.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내가 사랑하는 너희들이 일부러 훔치려고 손을 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순간의 유혹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곧 후회 했지만 되돌려 줄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처음부터 훔쳐간 사람은 없고 교실 어딘가에 떨어져 있지만 우리 눈에 띄지 않는지도 모른다”

훔친 사람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이들은 담임을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지금부터 교실 구석구석을 찾아보도록 하자. 교실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청소함, 자료함도 살펴보자. 절대로 고개는 들지 말고 자! 지금부터 찾기 시작!”

아이들은 장난을 치면서 교실을 기기 시작한다.

“한 바퀴를 돌았는데도 아직 발견을 못했네. 한 바퀴 더 돌도록 해”

아이들은 교실 이곳저곳을 살피며 기어서 돌고 또 돈다. 교실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선생님, 여기 천 원짜리 돈이 있어요”

“어! 아까 내가 볼 때는 분명히 없었는데”

드디어 누군가가 꺼내놓은 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기에 누가 떨어뜨렸는지 아이들은 모를 수 밖에 없다.

그 방법으로 잃어버린 돈이나 물건을 거의가 주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돈은 찾았지만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심증은 가지만 그냥 모두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사후 지도를 한다.

그 때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예화 중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장발장 이야기,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어가는 과정 이야기, 한껏 부풀린 지옥의 무서운 형벌 이야기도 하다보면 아이들은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눈빛으로 이야기 속으로 포옥 빠져든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눈 앞에서 한 일도 딱 잡아뗀다고 한다.

“아니요. 안 했어요. 저는 몰라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를 아이들도 배웠나 보다. 청문회 후유증이라고 웃은 적이 있다. 그래도 아직은 맑고 깨끗한 곳, 우리 아이들이 있는 교정이 아닌가?

5학년을 맡았던 때의 일이다.

그 때 나는 출퇴근 차비로 필요한 동전을 꺼내기 쉽게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두곤 했다. 어느 날 퇴근 버스에 올라타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동전이 없었다.

처음엔 내가 넣어 두지 않았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동전이 없어지는 일이 몇 번이나 되풀이 되었다. 그대로 두어서는 도둑을 기르는 결과가 될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의도적으로 동전을 넣어두고 기다려 보았다. 누간가에 의해 또 없어졌다.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몇 번이나 없어지는 동전을 왜 또 넣어 두었을까? 오늘은 일부러 넣어 두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봐라 무엇이 보이니?”

창밖에는 앞 동 교무실이 버티고 있었다.

“교무실에서는 우리 교실이 아주 잘 보인다. 개인적으로 부르면 친구들이 눈치를 채니 솔직하게 고백을 해라 비밀은 지켜 주겠다”

반 전체 아이들에게 편지지를 나누어 주었다. 담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고 했다. 편지 쓰는 시간이 된 것이다. 아이들을 하교 시킨 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절대로 손대지 않았어요”

“하나님께 맹세하고 도둑질 하지 않았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재미있는 이야기 더 많이 들려주세요”

데일리스포츠한국 1025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10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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